(7) 대야관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민정당은 앞으로의 여야관계를 「공존체제」로 발전시킨다는 목표아래 여러갈래의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
노태우대통령당선자는 선거를 전후해△국정의 초당적 운영△인재의 초당파적 등용△국회의 정치주도 인정을 골간으로한 자신의 대야구상을 피력한바 있다.
이같은 정치적 의지가 선거에 이기기 위한 당장의 인기영합용으로, 또는 선거부정시비등 야당측 공세를 둔화시키기 위한 일종의 국면전환책으로 나왔을 가능성도 일단 배제할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민정당으로서는 지난 7년간과 같은 여야관계로서는 더이상 안정적 정치전개가 불가능하다는 수많은 경험을 갖고 있고 6·29선언이 나오기까지의 과정, 지난 선거전에서의 어려움등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여야관계를 모색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일이라 할수 있다. 이처럼 새로운 여야관계에 대한 노당선자의 구상은 주로 과거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볼수 있다.
또 이번 선거를 통해 한층 극명히 드러난 제세력·지역·계층간의 갈가리 찢긴 분열과 대립상을 지양,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권도 단기적 차원의 정권안보를 위한 모면적 술책으로는 불가능해졌다는 인식이 민정당내에 널리 확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다원화된 사회의 제갈등을 통합하는 방책은 과거와 같은 권위주의정치문화를 청산하고 제세력간의 융화가 필수적이라는 노당선자의 생각이 여야관계에서도 맥을 같이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제도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내년 2월25일부터 발효되는 새헌법은 기존의 여야관계가 크게 변화되지 않고서는 안되게 되어 있다.
국회의 권능과 기능이 현행헌법보다 한층 격상되어있다. 국정감사권의 부활, 국정조사권 발동요건의 완화, 대통령의 국회해산권 삭제등이 그 대표적 예다.
따라서 여당이 종래처럼 야당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행태로는 국희의 원활한 운영이 구조적으로 어렵게 되어 있다.
또 다른 큰요인은 이번 대통령선거의 득표율이다.
노당선자는 63·2%의 반대속에 단지 36·6%를 얻어 당선된, 말하자면 소수파대통령이기 때문에 불가불 반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수 없게 되어 있다.
노당선자와 민정당은 이런저런 사정을 두루 감안, 선거직후부터 노당선자와 3김씨간의 대화및 협상체제 구축에 안간힘을 쏟고 서두르고 있다.
노당선자는 유세중 『3김씨가 우리나라 민주화에 그들 나름대로 기여했다는 사실을 솔직이 인정, 평가하며 3김씨를 원로로 대접해 필요할때마다 국정에 관한 고견을 듣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19일 3김씨와의 개별회담을 제의하면서 『앞으로 제정당의 관계는 선의의 경쟁시대며 나라를 위한 공존·협조관계라고 보며, 앞으로의 여야관계를 그런 정신과 자세로 이끌어갈 방침』이라고 거듭 천명했다.
민정당은 이같은 노당선자의 대야기조에 따라△안보등 중요국정을 사전에 야당당수에게 배경 설명하고△증요정책을 결정하기 이전에 반드시 야당측 의견을 물어 반영하는 등의 초당적 국정운영을 통해 야당 역시 건전한 정책정당으로 자리잡도록 여건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노당선자는 또 「독식체제」청산을 위해 연립내각의 성격은 아니더라도 국가발전에 유위한 야당측 인사라면 과감히 등용하고 제1야당 당수에게는 국회의장에 준하는 예우를 해주며 정치자금법을 고쳐 야당도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국회운영에 있어서도 민정당은 명실상부한 정치의 장으로 활성화시켜 모든 문제에 대해 성역을 두지않고 활발하게 토의해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대의기구로 기능케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측면에서 민정당은 앞으로 야당이 어떤 태도로 나올지 퍽 궁금해하며 주시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 아니냐』면서 야당의 자세변화를 기대한다.
대야정치스타일에 있어서도 노당선자는 여러가지로 새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당선직후 3김씨를 차례로 방문할 생각을 했다는데서도 느껴지듯 격식·체면을 별로 따지지 않고 야당과 만나고 의견을 듣겠다는 자세다. 이런점을 본다면 과거 그렇게 어려웠던 청와대의 여야영수회담 같은 것도 노태우시대에는 쉽게 자주 열릴수 있을것으로 전망할수도 있다.
여당의 이같은 대야관계와 국회상 정립구상은 당장 연초부터 전개될 국회의원선거법 협상에서 시험받게될 공산이 짙다. 민정당은 어떤 안이라도 무리하게 일방적으로 처리하지않겠다는 태도인데 선거법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2월총선방침을 무산시킬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다.
당내 다수의견은 타협이 안되면 할수 없다는 태도나 그것은 그때 가봐야 알 일인데, 한 고위당직자는『만일 런법부칙상의 시한인 4월까지도 총선을 못치르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미리부터 기우하는 정도다.
따라서 민정당의 여야관계정립 구상은 초장부터 시험받게될 가능성이 높고 얼마나 인내하며 대화와 타협으로 여야관계를 발전시켜 나갈지는 주시의 대상임에 틀림없다. <이수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