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 방한 겨냥해 미사일 쐈던 북,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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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정보 당국이 비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7~8일) 기간에 북한이 군사적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정보 당국자는 6일 “북한이 지난 9월 15일 화성-12형 중장거리 미사일을 쏜 뒤 53일째 조용하다”며 “지난 2월 12일 이후 14차례 19발의 탄도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했던 북한이 최근 들어 도발을 멈췄지만, 추가 도발 가능성이 있어 정찰자산을 총동원해 북한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5일 일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사이타마(埼玉) 현 가스미가세키(霞が關) 골프장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오른쪽 넷째) 총리와 골프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일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사이타마(埼玉) 현 가스미가세키(霞が關) 골프장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오른쪽 넷째) 총리와 골프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태평양 상에서 수소탄 시험카드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김정은의 성명 직후 미국을 방문 중이던 이용호 외무상이 ”(불 맛은)태평양 상에서 수소탄 시험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달 말에는 이용필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 부소장은 지난달 말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리용호 외무상이 한 말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리 외무상은 우리 최고 존엄(김정은)의 의중을 굉장히 잘 알기 때문에 리 외무상의 발언을 ‘말 그대로(literally)’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북, 4월 16일 펜스 부통령 도착 9시간 전 화성-12 미사일 발사 #한미 정보 당국 북한 미사일 발사 대비 정찰자산 총동원 감시체제 돌입

지난 9월 15일 북한이 평양 순안 공항에서 '화성-12형'미사일을 발사했다. 당시 미사일은 일본 영공을 통화한 뒤 3700Km를 날아가 태평양 상에 떨어졌다. [연합뉴스]

지난 9월 15일 북한이 평양 순안 공항에서 '화성-12형'미사일을 발사했다. 당시 미사일은 일본 영공을 통화한 뒤 3700Km를 날아가 태평양 상에 떨어졌다. [연합뉴스]

특히 지난 9월 21일 김정은이 자신의 성명을 통해 “미국에 불 맛을 보여주겠다”고 공언한 이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는 점도 당국을 긴장시키는 요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김정은이 자신의 이름으로 미국에 보복을 천명하는 성명을 내고, 도발하지않는 게 오히려 이례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고려하면 최근 핵과 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공격할 능력을 갖췄다고 주장하며 전략적 지위 인정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으로써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북한은 지난 4월 16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한국 도착 9시간 전에도 함경남도 신포에서 화성-12형 미사일을 쏜 적이 있다. 당시 미사일은 발사 직후 폭발했지만, 당국은 북한이 펜스 대통령의 방한을 겨냥해 미사일을 쏜 것으로 분석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일 국정감사에서 “평양에 소재한 미사일 연구시설(산음동 병기연구소)에서 차량이 활발히 움직이는 등 미사일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다만, 북한이 당장 미사일 발사나 추가 핵실험이 임박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의 통상적인 움직임이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이 지난달 31일 서태평양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미해군이 밝혔다.[연합뉴스]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이 지난달 31일 서태평양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미해군이 밝혔다.[연합뉴스]

북한의 도발이 예상됨에 따라 한미 정보 당국뿐만 아니라 미군도 이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동북아 순방에 앞서 항공모함 3척(로널드 레이건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니미츠함)을 한반도 인근에 급파했고, 괌에 주둔 중인 B-1B 전략폭격기를 수시로 한반도로 출격시키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기간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것을 우려해 사전에 대비 계획을 세웠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5일 일본 도착 직후 도쿄(東京) 인근의 요코다(橫田) 공군기지에서  “한국전쟁 중 미군 조종사는 요코타 기지의 활주로에서 날아올라 침략자들을 몰아냈다”며 “엄청난 용기와 용감함이었다”며 북한을 겨냥했다. 이 때문에 북한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도발과 대미 압박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자칫 미국의 군사적 행동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금은 북한이 가만히 있는 게 전략적 지위를 높이는 것”이라며 “군사적 도발로 제재와 압박, 군사적 행동의 빌미를 주는 것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동북아 순방 이후 국제질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는 차원에서 도발보다는 관망에 무게를 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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