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6일 대북 ‘독자제재’ 발표, 미 제재 대상 확인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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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 첫 대북 독자 제재가 발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7~8일)을 하루 앞두고서다. ‘독자 제재’라지만 실제론 미국의 제재 범위 내다.

트럼프 방한 하루 앞두고 관보 게재 #대성ㆍ조선무역은행 대표 등 18명 #미 9ㆍ26 제재 포함된 개인 중 선별 #이들과 거래시 외국환법 위반 처벌

6일 외교부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 미사일 개발을 목적으로 한 금융거래 활동을 차단을 위해 해외에서 활동 중인 북한 금융기관 관계자 18명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 관보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정부가 지정한 독자 제재 대상은 미국이 지난 9월 26일 발표한 개인 제재 대상 26명 중에 18명이 해당한다. 미국은 9월 제재에서 조선중앙은행 등 은행 10곳과 중국과 러시아, 홍콩 등에 있는 북한 은행 지점에서 근무하는 북한인 26명을 지명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사진 유엔본부 제공]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사진 유엔본부 제공]

이번 제재 대상으로 발표된 개인이 속한 은행들은 이미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에 포함된 기관들이다. 동방은행은 결의 2087호에, 대성은행·통일발전은행·일심국제은행은 2321호에, 조선무역은행은 2371호에 따른 기관 제재 대상이다. 대성은행·동방은행·일심국제은행 중국 소재, 통일발전은행은 중국·러시아 소재, 조선무역은행은 중국·러시아·리비아 소재로 각 대표와 부대표나 직원 등이 포함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해당 개인들은 해외에서 북한 은행의 대표로서 활동하면서 북한의 WMD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에 관여했다”며 “미 개인 제재 대상 26명 중에 선별적으로 불법행위의 분명한 근거가 있는 개인들을 추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들과 거래할 경우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독자 제재는 출범 이후 다섯 차례나 이뤄졌지만 그간 한국의 독자 제재는 ‘0’이었다. 이번 독자 제재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대북 압박 공조 의사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 했다지만 내용면에서는 사실상 ‘독자’ 제재라기보다는 미국을 겨우 따라가는 정도의 수준이다. 청와대는 앞서 “독자 제재를 유엔 재제 틀 내에서 검토해왔다”고 선을 그었다.

또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정상적 거래 하는 제3국 기업·개인 제재)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이번 독자 제재에는 중국과 러시아 소속 기관이나 개인은 포함하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 8월 중국 기업을 포함한 20곳(개인 또는 기관)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지만 당시 한국 정부는 이를 관보를 통해 안내만 했다. 이 때문에 이들과 거래하더라도 별도의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안보리 제재 이행을 강화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계도 조치 후에 상황을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문재인 정부 첫 ‘독자 제재’ 리스트>
- 박문일(대성은행 직원, 중국 소재)
- 강민(대성은행 대표, 중국 소재)
- 김상호(대성은행 대표, 중국 소재)
- 김정만(통일발전은행 대표, 중국 소재)
- 김혁철(통일발전은행 대표, 중국 소재)
- 문경환(동방은행 대표, 중국 소재)
- 배원욱(대성은행 대표, 중국 소재)
- 리은성(통일발전은행 대표, 러시아 소재)
- 방수남(일심국제은행 대표, 중국 소재)
- 주혁(조선무역은행 대표, 러시아 소재)
- 김동철(조선무역은행 대표, 중국 소재)
- 고철만(조선무역은행 대표, 중국 소재)
- 리춘환(조선무역은행 대표, 중국 소재)
- 리춘성(조선무역은행 대표, 중국 소재)
- 최석민(조선무역은행 대표, 중국 소재)
- 김경일(조선무역은행 부대표, 리비아 소재)
- 구자형(조선무역은행 대표, 리비아 소재)
- 박봉남(일심국제은행 대표, 중국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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