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의경들, ‘1급 발암물질’ 석면 잔해 속 취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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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서울 종각역에서 53일간 계속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 지친 전의경들이 방패를 베개삼아 도로에 누워 쉬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중앙포토]오른쪽은 석면 원료[연합뉴스]

2008년 6월 서울 종각역에서 53일간 계속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 지친 전의경들이 방패를 베개삼아 도로에 누워 쉬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중앙포토]오른쪽은 석면 원료[연합뉴스]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잔해 속에서 의무 경찰들이 생활하고 취침까지 해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 군인권센터(이하 센터)에 따르면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올해 5월 31일부터 8월 23일까지 경찰서 건물 내 석면 해체·제거 공사를 했다.

 건물 전체를 보수하는 과정에서 의정부서 방범순찰대 소속 의무 경찰 생활관 공사도 함께 이뤄졌다. 생활관에는 70여명이 생활했고, 공사 기간은 7월 7∼11일이었다.

 이 기간 석면을 뜯어내기 위해 천장이 해체된 상황에서 의경들이 그대로 생활관을 이용해야 했다는 게 센터의 지적이다.

 센터는 “주간에는 현장을 밀폐한 상태에서 공사가 이뤄졌으나 하루 공사를 마친 뒤에는 공사 현장이 모두 노출됐다고 한다”며 “의경들은 숙소 이전이나 간이숙소 배정 등의 조치 없이 공사 현장에서 계속 생활해야 했다”고 전했다.

 이어 “석면 해체 공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안내는 있었고 마스크를 가져가라는 지시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마스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의경 대부분이 공사 기간 내내 마스크 없이 생활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사 관계자들은 마스크는 물론 신체 전체를 감싸는 작업복을 착용했는데 의경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조치가 없었다”며 “지금이라도 의경을 포함해 공사 당시 경찰서 모든 근무자를 상대로 건강검진을 하고 건물 전체에 대해 석면 잔여물 검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센터는 의경들이 공사 기간 무방비로 석면에 노출됐다는 점에서 경찰서가 의경들의 건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예정이다.

 의정부서는 연합뉴스를 통해 공사 기간에 의경들이 생활관에서 취침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다른 곳에 임시숙소를 마련했다”며 “해당 생활관에 대해 공사업체로부터 석면 기준치 이하 판정을 받은 이후에 생활관에서 취침하는 의경들이 일부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의정부서는 “의경들이 임시숙소가 불편하다고 하는데 거기서 자라고 강제할 수는 없었다”며 “마스크도 지급했고 필요하면 더 주겠다고 수시로 공지했다”고 덧붙였다.

 건축자재와 방화재, 전기절연재로 쓰였던 석면은 1970년대부터 호흡을 통해 가루를 마시면 폐 부위에 악성종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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