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6자회담] 기조연설 내용

중앙일보

입력

6자(남북, 미.일.중.러)회담 첫날 진행된 참가국 기조연설의 공통분모는 북핵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였다.

참가국들이 이 원칙에 한 목소리를 낸 것은 긍정적 사태 진전이다. 북.미 간 양자 접촉이 이뤄진 것도 한 맥락이다. 6자회담의 틀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둘러싼 접근법은 일단 엇갈렸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북핵 폐기를 요구한 미국과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를 선결과제로 제시한 북한 간의 입장차는 여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우려사항을 포괄적이고 단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북한에 제시하고 북한도 북.미 동시행동 원칙에 입각한 4단계의 해결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접점을 마련할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폐기를 촉구하면서 북한에 대한 공격 의사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한편 적대시 의도도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 측 화두인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 요구와 적대시 정책 전환에 대한 입장이다.

미국은 한걸음 더 나아가 북핵 폐기를 전제로 경제적 지원 등의 과감한 접근법을 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는 전언이다. 북핵 포기시의 정치적.경제적 대가를 제시한 셈이다. 당초 예상됐던 것보다는 유연해진 협상태도다.

북한의 기조연설은 지난 4월의 3자회담(북.미.중) 이래의 기조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 관계정상화 등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전환돼야 핵폐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고 지난해 10월 미국이 제기한 농축우라늄 핵개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김영일 북한 수석대표는 기조발언에서 당시 제임스 켈리 미 특사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미국이 부당하게 북한을 압박해 "핵무기보다 더한 무기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으나 "더한 무기는 일치 단결과 같은 정신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미국이 농축우라늄 핵개발 의혹을 들어 제네바 핵합의를 파기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북한은 4단계 핵해결 방안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비록 미국 입장과는 출발점에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베이징 특별취재팀hwas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