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선두 견인한 황동일의 공격본능

중앙일보

입력

3일 대전 현대캐피탈전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삼성화재 세터 황동일(왼쪽 둘째). [사진 한국배구연맹]

3일 대전 현대캐피탈전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삼성화재 세터 황동일(왼쪽 둘째). [사진 한국배구연맹]

삼성화재 황동일(31)이 세터 중 단연 1위인 분야가 있다. 바로 '공격본능'이다. 1m94㎝ 장신에 왼손잡이어서 2단 패스페인트나 오픈공격을 아주 잘 한다. 그런 그의 능력 때문에 그는 라이트로 포지션을 바꾼 적도 있다. 올시즌을 앞두고 황동일은 다시 본업인 세터로 돌아왔다. 3일 현대캐피탈전에선 황동일의 '킬러 본능'이 빛났다.

황동일은 이날 블로킹 1개 포함 6득점을 올렸다. 1세트 초반 부용찬의 디그를 오픈 공격으로 연결시킨 그는 자신감을 갖고 기회가 될 때마다 공격에 나섰다. 7번 시도해 5번을 득점으로 연결해 공격득점만 따지면 주포 타이스(33개)와 박철우(13개) 다음으로 많았다. 세터 본연의 역할도 나쁘지 않았다. 1·2세트에선 타이스의 입맛에 맞는 토스를 올려 승리를 이끌었다. 3,4세트에선 박철우를 활용해 3-1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화재(3승2패·승점9)는 이날 승리로 5위에서 1위까지 한 번에 뛰어올랐다.

경기 뒤 만난 황동일은 "기분이 매우 좋다. 사실 내가 잘 하면 좀 더 쉽게 경기를 풀 수 있다는 생각도 했는데… 자만하지 않고 겸손하겠다"고 했다. 사실 올시즌 그는 삼성화재 선수 중 가장 무거운 부담을 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주전세터였던 유광우가 떠난 뒤 빈 자리를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황동일은 "선수라면 누구나 부담이 있다. 우리 팀에선 내가 눈에 띌 수 밖에 없다. 내 실수가 더 크게 보일 것이다. 그래도 부담을 최재한 즐기려고 하고 있다. 동료들이 덜어주려고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신진식 감독은 "동일이는 공만 보면 때리고 싶어한다. 장점이니까 하지 말라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무리하게 떨어진 공을 치면 안 되지만 왼손잡이란 장점도 있어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신 감독은 "3세트에서 타이스의 페이스가 떨어진 건 황동일의 토스가 좀 짧아서였다. 그 부분이 조금 아쉽지만 잘 해줬다"고 말했다.

3일 대전 현대캐피탈전에서 박주형의 공격을 블로킹하는 삼성화재 황동일 [사진 한국배구연맹]

3일 대전 현대캐피탈전에서 박주형의 공격을 블로킹하는 삼성화재 황동일 [사진 한국배구연맹]

삼성화재는 개막 2연패를 당한 뒤 3연승을 질주했다. 3연승의 시작은 공교롭게도 유광우가 있는 우리카드전이었다. 황동일은 "무덤덤했다. 광우 형이랑 한다고 해서 특별하진 않았다. 프로니까 이겨야 했다. 두 팀 모두 연패중이어서 광우 형에게 '힘들죠'라고 말했는데 '더 열심히 하자'고 하더라. 그래도 그런 경기에서 이겼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그렇게 시작해서 3연승을 했기 때문이다. 7일 대한항공전도 잘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식 감독이 황동일에게 원하는 건 평정심이다. 황동일은 감정기복이 큰 편이기 때문이다. 코트 위에서 침착해야 하는 세터에겐 독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황동일은 "감독님이 싫은 소리하시는 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침착해라', '흥분하지 마라'는 내용이다. 내가 고쳐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료들은 그런 황동일이 주눅들지 않게 기를 북돋아준다. 대표적인 게 바로 주장 박철우다. 황동일과 함께 인터뷰를 하던 박철우는 "그게 네 장점이야"라고 했다. 황동일도 웃으며 "업다운이 심한 편인데 주장이 화이팅하라고 얘기해줘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박철우는 황동일의 과감한 공격에도 박수를 보냈다. 그는 "그것도 동일이의 장점이다. 우리 팀의 힘이 되는 요소다. 나는 '더 하라고, 더 뛰라고, 더 때리라고' 한다. 사실 동일이가 그걸 억누르려고 했던 거 같은데 그게 장점이다. 실패하더라도 더 하라고 말한다"고 말했다. 선두로 날아오른 삼성화재 뒤엔 황동일의 공격본능과 박철우의 리더십이 숨어 있었다.

대전=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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