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내본적 없는 중도주의자 파월 차기 Fed 의장지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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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대로였다. 2일 오후 3시(현지시간)를 조금 넘기자 백악관 로즈가든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이사가 등장했다.

트럼프, 3일 파월이사 공식 지명 #내년 2월부터 Fed 의장직 수행 #옐런처럼 점진적인 금리정책 기대 #금융규제 완화에 대해선 적극적

트럼프 대통령은 “Fed는 강력하고 지속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파월은 그런 리더십을 가진 차기 의장”이라고 소개했다. 파월 이사를 공식적으로 차기 Fed 의장으로 지명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개를 받은 파월 지명자는 마이크를 잡고 “고용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낮은 물가를 유지하는 Fed의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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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지명자는 “미국 경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은행 시스템도 건강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시장과 위험요소의 변화에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가능한 최대의 근거와 통화정책 독립이라는 오랜 전통에 기초한 객관성을 갖고 통화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이사가 상원 은행위원회와 본회의에서 과반의 찬성을 받으면 내년 2월 임기를 마감하는 재닛 옐런 의장에 이어 Fed를 이끌게 된다. 옐런 의장은 이날 이 자리에 함께 하지 않았다. 자신이 지명됐던 4년 전 전임자인 벤 버냉키 의장이 옆에 서 있었던 모습과 대조된다.

이날 미 경제전문방송 CNBC는 “Fed에게는 재미없는 선택이 될 수 있지만 시장에는 최고의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파월 지명자가 의장이 된 뒤에도 미국뿐 아니라 세계경제에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파월 지명자의 중립적인 성향에 주목한 것이다. 그는 2012년 이후 한 번도 소수 의견을 낸 적이 없이 전체 분위기에 순응했다.

Fed가 3차 양적완화를 결정하던 2012년에도 파월 이사는 반대의견을 냈지만, 참석한 위원들이 양적완화를 결정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흐르자 곧바로 반대의견을 접었다.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중도주의자로서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여론을 수렴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는 배경이다 시장에서는 이런 점이 Fed 의장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라며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않다.

결국 시장은 옐런 의장의 기존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파월이 지명된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미 채권시장에서 2.37%로 0.01%포인트 하락한 뒤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파월 지명자 발표 뉴스가 이미 시장에 선반영된 까닭이다.

그러나 금융규제 면에서는 파월 지명자가 옐런 의장과 차이를 보인다. 골드만삭스 측은 “금융위기 이후의 규제체계를 지지하면서도 효율성 측면에서 일부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옐런 의장이 지난 8월 잭슨홀 미팅에서 “10여 년 전 경제위기 이후 만들어진 개혁조치들이 신용 공급을 과도하게 줄이지 않으면서도 금융시스템을 보다 안전하게 만들었다는 증거가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규제 완화 방침에 사실상 반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 파월 지명자는 지난달 “더 이상의 규제가 모든 문제에 최상의 답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해 금융규제 완화수준과 분야, 시기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옐런과 다른 입장을 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점진적인 금리인상과 규제완화를 한꺼번에 처리해줄 우군을 선택한 것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현재 공석인 신임 Fed 이사에 누가 임명될지에 쏠리고 있다. 특히 파월 지명자의 경쟁자이자 매파로 분류돼온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가 부의장으로 임명될 가능성, 재신임을 받지 못한 옐런 의장이 2024년까지 이사 임기를 채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JP모건 측은 “테일러 교수의 부의장 지명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신 옐런 의장의 임기가 내년 2월에 끝나지만 다수의 이사가 공석인 점을 고려할 때 의장 임기 만료 후에도 이사로의 역할은 당분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내년 2월 Fed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재닛 옐런. [연합뉴스]

내년 2월 Fed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재닛 옐런. [연합뉴스]

파월 지명자가 의장으로 활동하는 내년에 금리인상이 몇 차례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HSBC는 내년 저인플레이션의 지속과 보유자산 매각에 따른 금융여건 긴축 등으로 한차례 인상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고, UBS는 내년 2회 인상으로 전망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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