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파 숨을 마음껏 쉬지 못하는 딸을 보며 엄마는 신께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올렸다.
지난달 24일 EBS '메디컬 다큐 7요일'를 통해 폐병을 앓고 있는 강혜선(39)씨와 어머니 조송자(67)씨의 사연이 방송됐다.
올해 5월, 카메라 앞에 처음 선 혜선씨는 "마음껏 숨만 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라고 말했다. 강씨는 2년 전부터 호흡이 급격히 힘들어져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었다.
혜선씨는 24시간 호흡기 없이 생활할 수 없었다.
혜선씨가 앓고 있던 병은 '기관지 확장증'. 기관지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기침과 가래가 심해지고, 염증으로 이내 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질환이다. 기관지 확장증은 한번 발병하면 완치되기 어렵다.
숨 쉴 때 들이마시는 먼지나 세균도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혜선씨는 창문도 자주 열어보지 못했다.
혜선씨의 고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어머니 조송자씨는 딸 대신 아파주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에 있는 병원을 찾은 혜선씨는 그다지 좋은 소식을 듣지 못했다. 백효채 흉부외과 교수는 "지금 오른쪽 폐는 거의 다 손상됐고, 왼쪽 폐 일부로 살고 있는 건데, 염증이 심해져 정상폐가 손상을 받게 되면 지금같이 생활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폐 이식 수술을 결심한 혜선씨는 기증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폐 이식 수술이 결정된 후 어머니가 매일 해오던 기도는 더욱 간절해졌다. 어머니는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어요. 기도 밖에는..."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 9월 22일 금요일 폐 기증자가 나타났다.
수술을 앞둔 혜선씨 가족은 덤덤한 척 해봤지만, 결국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수술 시간이 다가오자 눈물을 흘렸다.
저녁부터 시작된 수술을 새벽이 돼서야 끝났고, 백 교수는 "폐는 박테리아 감염도 많이 생기고, 바이러스, 곰팡이 균 등에 의한 감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며 "자가 호흡할 때까지 기다려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술 후 10일지 지났다. 다시 카메라 앞에 선 혜선씨는 활짝 웃고 있었다.
백 교수는 "지금 가래도 없고, 호흡기에 의존하지 않고 운동도 잘하고 있다. 상태가 매우 좋다"고 전했다.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혜선씨는 "호흡기가 없다는 사실에 한 번씩 놀란다"고 밝은 모습으로 말했다.
또한 "나가서 산책도 하고 싶고, 친구들도 만나고 싶고, 일상적인 생활이 가장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혜선씨는 "사람들은 가장 기본적이고 소중한 것들이 중요한지 모른다. 저는 아픔으로 인해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여현구 인턴기자 yeo.hyung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