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중국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일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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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16강전> ●커제 9단 ○안성준 8단

2보(24~37)=커제(柯洁·20) 9단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자다. 전 세계 어딜 가나 스타 대접을 받지만, 특히 중국에선 '특급' 대우를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은 오랫동안 일인자를 기다려왔다. 하지만 천하를 호령하는 영웅은 중국에서 쉽사리 나타나지 않았다. 1990~2000년대 조훈현·이창호·이세돌 9단이 세계 바둑을 지배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일인자에 대한 중국의 갈망은 점점 커졌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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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커제 9단이 혜성처럼 등장해 2015년부터 세계대회를 휩쓸기 시작한 거다. 중국 입장에선 커제 9단이 얼마나 예쁘겠는가. 커제 9단은 바둑만 잘 두는 게 아니라 입담도 좋다. 어떤 자리에서도 여유롭게 상황을 즐기는 대범함과 스타성을 갖췄다. 가끔 경솔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커제 9단이 새 시대를 이끄는 재목이라는 점에는 반박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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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는 모양의 급소. 여기서 흑은 25로 호구쳐 두는 게 답이다. 백 한 점(△)이 탐난다고 덜컥 '참고도'처럼 끊어 잡으면 백2, 4, 8로 꼼짝없이 갇히게 된다(흑5...○). 흑9로 끊어도 '축'이 성립하지 않으니 흑은 쫄딱 망한 셈이다. 성급한 과욕은 금물. 백 한 점을 잡는 건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흑이 27로 끊자 백은 30으로 먹여친 다음 32로 단수쳐 흑돌을 쫀쫀하게 죄인다(33...△).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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