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은 강하다'...다저스 꺾고 창단 55년 만에 첫 우승 감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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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기 투런포를 터뜨리고 홈으로 들어오는 조지 스프링어. [LA AP=연합뉴스]

쐐기 투런포를 터뜨리고 홈으로 들어오는 조지 스프링어. [LA AP=연합뉴스]

'휴스턴은 강하다(Houston Strong)'

1962년 창단 이후 55년 만에 첫 우승 #왼쪽 가슴에 'H Srong' 패치 붙이고 경기 나서 #허리케인 '하비' 피해입은 휴스턴 주민 위로 #WS 7경기 '5홈런' 조지 스프링어 맹활약 #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 선수들은 이 문구가 적힌 패치를 유니폼 왼쪽 가승에 붙이고 월드시리즈에 나섰다. 실제로 그들은 강했다.

'강한' 휴스턴이 창단 55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휴스턴은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월드시리즈(7전 4승제) 7차전에서 5-1로 승리했다. 휴스턴은 1회 2점, 2회 3점을 내며 경기 초반부터 멀찌감치 달아났다. 선발 랜스 맥컬러스가 3회 2사 후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4명의 투수가 이어던지며 다저스의 추격을 1실점으로 막았다.

2회 쐐기 투런포를 터뜨린 조지 스프링어는 뉴욕 양키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에서 28타수 3안타로 극도의 부진을 겪었다. '월드시리즈의 사나이'로 떠오르며 반전 드라마를 썼다. 이번 시리즈 1·3차전을 제외한 5경기에서 모두 홈런을 기록했다. 4차전부터는 4경기 연속 홈런을 쳤다. 7차전에서도 5타수 2안타(1홈런)·2타점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조지 스프링어의 홈런 장면. [LA AP=연합뉴스]

조지 스프링어의 홈런 장면. [LA AP=연합뉴스]

1962년 콜트 포티파이브스로 창단한 휴스턴은 65년부터 애스트로스를 팀 명으로 쓰고 있다. 그러나 휴스턴은 창단 이후 한 번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했다. 2005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올랐지만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4전 전패를 당하며 허무하게 물러났다.

디비전시리즈에서 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 3승 1패를 거뒀다. 이어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양키스와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4승 3패로 아메리칸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3승 1패로 앞서다 2연패를 당했지만 7차전을 승리하며 월드시리즈에 올라 다저스를 상대했다.

다저스 역시 88년 우승 이후 29년 동안 월드시리즈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우승에 대한 간절함은 휴스턴 쪽이 컸다. 1차전(1-3)을 내준 휴스턴은 2차전에서도 7회까지 1-3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놀라운 집중력으로 8회 이후 6점을 뽑아내며 7-6으로 역전승했다. 홈으로 돌아와 3차전과 5차전을 잡으며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특히 5차전에서는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접전 끝에 13-12로 승리했다. 113년 월드시리즈 역사에서 손꼽히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6차전에서 타선이 침묵하며 1-3으로 패했다. 하지만 휴스턴은 상승세를 탄 다저스가 유리하리란 예상을 깨고 최종 7차전에서 승리하며 역사를 썼다.

 'H Strong'이라고 적힌 유니폼 패치. [LA AP=연합뉴스]

'H Strong'이라고 적힌 유니폼 패치. [LA AP=연합뉴스]

휴스턴이 우승을 해야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휴스턴은 지난 8월 말 허리케인 '하비’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 재해로 휴스턴 지역에서만 24명 이상이 사망했다. 11만채가 넘는 주택이 파괴됐다. 피해액만 150조~180조원으로 집계됐다.

실의에 빠진 휴스턴의 선전은 지역 주민들에게 큰 힘이 됐다. '휴스톤 스트롱'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팻말을 든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채웠다. 휴스턴은 홈인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치른 포스트시즌 9경기에서 8승 1패를 거뒀다.

2013년 보스턴 폭탄테러 때 보스턴 선수들이 'B Strong'이란 패치를 붙이고 그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처럼 휴스턴은 우승으로 주민들의 아픔을 달랬다.

 [LA AP=연합뉴스]

[LA AP=연합뉴스]

7차전 승부는 경기 초반 갈렸다.

휴스턴은 1회 초 다저스 선발 다루빗슈 유가 흔들리는 틈을 타 2점을 먼저 냈다. 2회 1사 2·3루에서 맥컬러스의 내야 땅볼로 한 점을 추가한 뒤 스프링어의 투런포로 순식간에 5-0까지 점수를 벌렸다. 다루빗슈는 2회(1과3분의 2이닝 5실점)를 버티지 못하고 물러났다.

 [LA AP=연합뉴스]

[LA AP=연합뉴스]

다저스는 3회부터 클레이턴 커쇼가 올라와 4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다저스는 4회를 제외하고 매회 주자가 득점권에 출루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했다. 6회 말 1사 1·2루에서 대타 안드레 이디어의 적시타로 1점을 뽑는데 그쳤다. 다저스는 커쇼에 이어 7회부터 마무리 투수 켄리 잰슨을 투입하며 휴스턴의 추가점을 막았지만 타선이 끝내 침묵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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