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지출도 나이에 좌우…'늙은' 고흥 최고, '젊은' 영통 최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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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날을 맞아 전남 고흥군 고흥읍으로 나온 노인들이 읍내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있다. 전국에서 노인 비율이 가장 높은 수준인 고흥군은 1인당 연간 진료비도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중앙포토]

장날을 맞아 전남 고흥군 고흥읍으로 나온 노인들이 읍내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있다. 전국에서 노인 비율이 가장 높은 수준인 고흥군은 1인당 연간 진료비도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중앙포토]

전남 고흥군 주민 10명 중 4명(38.5%ㆍ2015년)은 65세 이상 노인이다. 전국에서 노인 비율이 가장 높다. 그러다 보니 보건소와 병·의원은 아침부터 진료를 기다리는 노인으로 가득 찬다. 고혈압·당뇨병·관절염·치매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 비율 1위인 고흥군, 병의원마다 고령 환자 넘쳐 #지난해 1인당 연간 진료비 263만원, 전국 지자체 1위 #노인 적고 청년 많은 수원 영통구, 연 100만원 '대조' #독감 예방접종 대기 없어, 방문객 적은 보건소 한산 #고령화 심한 농어촌은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 #국립대병원 있는 서울 종로 등은 타지 환자 대부분

  보건소도 노인 건강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 매주 월·목요일 마을 경로당 등을 찾아 '고당 교실'이라는 만성질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혈압·혈당을 체크하고 올바른 운동 방법과 식이요법 등을 알려주는 식이다. 노인들의 치매 조기 진단도 독려하고 있다. 박소언 고흥보건소장은 "젊은 사람보다 노인이 많다 보니 의료비 지출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처럼 '늙은' 지자체인 고흥군은 1인당 연간 의료비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젊은 인구가 많은 수원 영통구의 의료비 지출은 전국 최저였다. 건강보험공단은 2일 지난해 건강보험 적용 인구의 전국 시·군·구별 의료 이용 현황을 담은 의료이용통계를 공개했다.

  고흥군의 지난해 1인당 연간 진료비 지출은 평균 263만1215원이었다. 이곳 주민들은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가 적용되는 의료비로만 한 달에 22만원을 쓴다는 의미다. 경남 의령군(260만4569원), 전북 부안군(258만3566원)이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은 모두 노인 비율이 30% 안팎인 초고령 지역이다.

  반면 젊은 인구가 많은 경기 수원 영통구는 100만2654원으로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 의료비로 한 달에 8만원 남짓 들어가는 셈이다. 이곳의 노인 비율은 5.4%(2015년)에 불과하다. 전국 평균(13.2%)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노인에게 무료로 시행되는 독감 예방접종을 맞기 위해 대구의 한 보건소 앞에 늘어선 줄. 하지만 젊은층이 많은 수원 영통구는 이러한 풍경을 찾아보기 어렵다. [중앙포토]

노인에게 무료로 시행되는 독감 예방접종을 맞기 위해 대구의 한 보건소 앞에 늘어선 줄. 하지만 젊은층이 많은 수원 영통구는 이러한 풍경을 찾아보기 어렵다. [중앙포토]

  실제로 영통구는 노인을 위한 무료 독감 예방접종을 할 때도 보건소에서 대기하는 줄이 거의 없다. 오전에 잠깐 붐볐다가 바로 주사를 맞고 돌아가는 식이다. 다른 지역 보건소에서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풍경과는 대조적이다. 관절염·고혈압·당뇨병 등으로 보건소를 찾는 노인이 있긴 하지만 발길 자체가 뜸하다. 이헌재 영통보건소장은 "신도시 개발 지역이라 젊은 인구가 많지만 노인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보건소를 찾는 주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수도권에 위치한 경기 화성시(113만1040원), 경기 용인 수지구(113만1980원)도 의료비 지출이 적은 지자체로 꼽혔다. 다들 젊은 인구가 많고 노인이 적다. 고흥과 영통의 진료비 차이는 2.6배에 달한다.

  실제로 고령화 문제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농어촌은 고혈압ㆍ당뇨 등 만성질환에 걸린 환자가 많다. 인구 10만명당 고혈압 환자가 가장 많은 곳은 충남 서천군(2만4948명)이었다. 서천 주민 10명 중 2명 이상은 고혈압을 앓고 있다는 의미다. 전남 진도군(2만4096명), 경북 의성군(2만3965명), 고흥군(2만3792명)의 순이었다. 인구 10만명당 당뇨 환자도 고흥군(1만1184명)-전남 함평군(1만1098명)-경북 군위군(1만285명)-충북 단양군(1만238명) 등 농어촌 지역이 상위권이었다. 반면 수원 영통구(고혈압 최저), 창원 성산구(당뇨 최저) 등 노인 인구가 적은 도시 지역은 만성질환자도 적어 대조를 보였다.

  한편 다른 지역에서 온 환자의 진료비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 종로구(93.8%)였다. 종로구는 지난해 진료비 1조2578억원 중 타 지역 거주자의 진료비가 1조1179억원이었다. 대구 중구(93.2%), 광주 동구(87.5%), 부산 서구(87.3%)가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대형 병원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서울 종로구), 경북대병원(대구 중구), 전남대병원(광주 동구), 부산대병원(부산 서구) 등 환자들이 몰리는 국립대병원이 있다.
  정종훈·백수진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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