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서 성접대도…뇌물 혐의로 가스공사 간부들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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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이미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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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체결 등을 대가로 하도급 업체로부터 해외여행은 물론 골프·유흥 접대 등을 받은 한국가스공사의 전·현직 임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특수부(박길배 부장검사)는 30일 뇌물 등의 혐의로 한국가스공사 전 팀장 A씨(56·2급)와 전직 팀장 B씨(62) 등 2명을 구속기소 하고 전기직렬 본부장 C씨(56) 등 5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하청업체 대표 D씨(54) 등 3명을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기소 하고E씨 등 7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수원지검, 뇌물 등으로 가스공사 전·현직 간부 7명 기소 #하청업체 대표 등 10여명도 뇌물공여 등으로 적발 #접대한 하청업체에 용역 계약 맡기거나 정보 제공 #하도급 업체 관계자가· 브로커 노릇하면서 금품받기도

A씨는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하도급 업체 3곳에게 필리핀·말레이시아·일본 등 자신의 여행 경비를 10여 차례 대납하게 하고 수십 차례에 걸쳐 골프·식사 대접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하도급 업체 이사에게 개인 신용카드를 건네받아 1000만원 상당을 유흥비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이렇게 향응과 금품을 받은 대가로 가스공사 용역계약을 수주한 업체들에게 해당 기업에 하도급을 줄 것을 요구하거나 심사위원 명단 등 계약에 유리한 정보를 넘기고 허위 자료를 작성해 주기도 했다. A씨는 이런 사실이 들통나면서 지난 7월 한국가스공사에서 해임됐다.

한국가스공사 간부들과 하청업체 간 범죄 관계도 [자료 수원지검]

한국가스공사 간부들과 하청업체 간 범죄 관계도 [자료 수원지검]

2012년 한국가스공사를 퇴직한 전직 간부 B씨는 2012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한국가스공사 임직원에게 얘기해 계약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업체 2곳에서 1억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수사 기관 등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아내의 통장으로 뇌물을 받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불구속기소 된 한국가스공사 간부들은 하도급 업체에서 500만~1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 일부는 유흥 주점 등을 통해 성접대도 받았다고 한다. 현직 직원들은 이번 일로 모두 파면됐다.

하청업체들은 이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대가로 대규모 계약을 따냈다.
하청업체 대표 D씨는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A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대가로 34억원 규모의 계약을 따내는 등 기소된 5개 업체가 따낸 계약 금액만 186억원에 이른다.
이들은 공사를 따내기 위해 지인들을 경쟁입찰에 참여하게 해 납품 계약을 따거나 한국가스공사와 계약이 체결된 것처럼 관련 서류를 위조하기도 했다.

일부 하도급 업체들은 "계약을 도와주겠다", "나 때문에 계약이 성사된 것이니 보상해 달라"며 뒷돈을 받기도 했다.
한 업체는 기술개발 지원금 명목으로 연구비 등을 받고도 개인적으로 사용한 뒤 허위 성과를 한국가스공사에 보고했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이 업체의 연구과제를 '최종적으로 성공했다'고 판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마크 [중앙포토]

검찰 마크 [중앙포토]

검찰 관계자는 "한국가스공사는 각 실무팀장이 하도급 승인 여부를 심사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고, 일반직 외에 전기, 전산, 토목 등 세분된 기술직으로 구분돼 각 기술직렬 전문 분야에 대한 다른 직렬의 감시와 통제가 어려워 일부 직원들에게 계약 권한이 집중하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 과정에서 발견된 구조적인 문제들을 한국가스공사 측에 전달해 기술개발비 지원 과정 등이 개선되도록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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