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입학식 9년 뒤 눈물의 졸업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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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9년 전 숨진 아들 김형관씨를 대신해 21일 서강대에서 명예졸업장을 받는 박옥자(59.여.교사.사진)씨는 "서강대가 형관이를 기억해줘 고마울 따름이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1997년 서강대 화학공학과에 합격했으나 입학식 직전 백혈병이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어머니 박씨는 서강대와 인연을 끊지 않고 학교 측에 매년 100만원씩 장학금을 전달했다. 그의 아들은 96년 11월 수능시험을 치른 직후 심한 구토증세를 보이다 쓰러져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광주과학고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이같은 증세가 있었지만 감기 몸살쯤으로 여기고 어머니에게 조차 말을 하지 않은게 화근이었다.

김씨는 느닷없이 찾아온 병마와 싸우면서도 대학진학의 의지를 불태웠다. 서울의 몇몇 대학에 "아픈 아들이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문의했다. 대부분 대학에서 실망스런 대답을 해왔지만 서강대 측은 "구급차를 보내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혼자서 논술시험을 볼 수 있도록 별도의 교실을 마련해주고 일정을 앞당겨 논술시험 당일 면접까지 치를 수 있도록 배려했다. 97년 1월 합격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김씨는 합격통지서를 받은 지 1주일 만에 저 세상으로 떠났다.

어머니 박씨는 아들이 남기고 간 시를 모아 그해 5월 '하늘 키재기'란 시집을 냈다. 그리고 판매수익금을 서강대에 기부했다. 그는 "내 아이에게 큰 배려를 해 준 대학 측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하는 마음에서 장학금을 내왔다"고 말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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