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땐 총 놓고 호루라기 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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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최근 축구심판 자격증을 취득한 해군 제주방어사령부 장병 10명이 서귀포 강창학경기장에서 명심판으로서의 각오를 다지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시스]

군 부대 축구동아리에서 활동하는 해군 장병들이 축구심판 자격증을 단체로 따냈다.

주인공은 해군 제주방어사령부 축구동아리 '크러치'(Crutch.목발) 소속 최용철 대위 등 10명이다.

최 대위 등 제주도에서 근무하는 해군 장병 30명은 지난해 11월 11일 해군 창설 60주년을 맞아 축구동아리를 만들었다. 동아리 이름이 말해주듯 축구경기 뿐만 아니라 군 생활에서 '목발'과 같이 어려운 형편에 놓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그리고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가 되자는 취지에서였다.

이들은 동아리를 결성한 뒤 한달여 뒤인 지난해 말 하나의 목표를 정했다. 독일월드컵에 진출한 우리나라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동아리 회원 전원의 축구심판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근무 여건상 사정이 여의치 않은 일부 회원들을 제외한 15명이 지난해 12월 제주도축구협회가 주관한 축구강습을 받았다. 올해 초엔 필기시험과 실기시험, 50m 달리기(제한시간 7.5초) 2.7㎞ 달리기(12분) 등 실기 테스트를 거쳐 10명이 3급 심판 자격증을 취득했다. 3급 자격증 소지자는 국내에서 열리는 초등부 이하의 각종 대회에서 주.부심을 맡을 수 있다.

이들은 다음달 열리는 제주도교육감기 쟁탈 초등부 대회에서 심판으로 데뷔할 예정이다.

축구동아리 단장격인 최용철 대위는 "2002년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이 선수들간 경어 사용을 금지해 오히려 조직력을 더 향상시켰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우리 팀도 경기 중엔 계급의 높고 낮음을 떠나 경어 사용을 금지해 상.하급자 간에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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