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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내셔널] 일제강점기 잠사공장이 문화공간으로 변신

중앙일보

입력

전남 나주시 나빌레라 문화센터. 일제강점기 잠사공장으로 쓰이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나주시 나빌레라 문화센터. 일제강점기 잠사공장으로 쓰이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6일 오후 전남 나주시 금성동. 빨간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지은 건물의 철제문을 통과해 내부로 들어서자 예상과는 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오래된 듯한 느낌의 건물 외관과는 대조적으로 건물 내부 벽면에는 흰색 페인트가 깔끔하게 칠해져 있고 바닥에는 원목 느낌의 마감재가 깔려 있었다. 도심 유명 갤러리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옛 나주잠사 공장에 국비와 시비 등 57억 투입 리모델링 #방치됐던 폐산업시설이 시민과 관광객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 #문화센터 내외부 곳곳에 누에고치에서 명주실 뽑아내던 흔적

내부 벽면의 3면은 큼지막한 그림들로 채워져 있었다. 천장에 설치된 은은한 조명이 각 작품을 비췄다. 작품들 옆에는 한국과 중국의 작가들에 대한 소개 문구가 부착돼 있었다. 지난 18일 정식으로 문을 연 ‘나주 나빌레라 문화센터’의 일부 모습이다.

전남 나주시 나빌레라 문화센터. 전체 6개 동과 굴뚝 1개로 조성돼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나주시 나빌레라 문화센터. 전체 6개 동과 굴뚝 1개로 조성돼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이곳은 원래 일제강점기 누에고치에서 명주실을 뽑아내던 공장인 ‘나주잠사’였다. 1970년대 후반까지 활발하게 운영되던 이곳은 이후 화학섬유 산업 발달로 문을 닫았다. 이후 별다른 용도 없이 사실상 방치되다가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폐 산업시설 문화재생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문화ㆍ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국비와 시비 등 57억원을 투입해 리모델링했다.

‘나주 나빌레라 문화센터’라는 독특한 이름은 이곳의 역사적인 의미와 기대를 담아 지었다. 조지훈 시인의 시 ‘승무’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것으로 누에고치가 나비가 돼 훨훨 날아오르듯 그동안 흉물처럼 방치됐던 역사 공간이 시민을 위한 문화ㆍ예술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전남 나주시 나빌레라 문화센터. 한국과 중국 작가 6명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나주시 나빌레라 문화센터. 한국과 중국 작가 6명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약칭 ‘나나센터’로 불리는 이곳은 대지면적 5117㎡, 연면적 2187㎡ 규모다. 총 6개 동과 굴뚝 1개로 구성돼 있다. 가ㆍ나ㆍ다동은 전시공간이나 음악 창작실이다. 나머지는 80석 규모의 소극장, 4개 실 크기의 게스트하우스, 사무실 등이다. 나주시가 직접 운영해 문화ㆍ예술 거점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건물 곳곳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외부에서 전시공간으로 들어가는 철제 출입문은 테두리 등 일부에 녹이 슨 모습을 그대로 유지했다. 전시공간 한쪽에는 잠사공장에서 쓰던 화물용 승강기가 놓여 있다. 또 요즘 건물에서는 보기 어려운 건물 내 가파른 계단도 안전을 고려해 새로 만들긴 했지만, 원래 형태와 구조를 최대한 유지했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과 함께 옛 잠사공장을 구경하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전남 나주시 나빌레라 문화센터. 전시장 한쪽에 과거 잠사공장에서 쓰던 화물용 승강기가 그대로 놓여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나주시 나빌레라 문화센터. 전시장 한쪽에 과거 잠사공장에서 쓰던 화물용 승강기가 그대로 놓여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시민과 관람객도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6일 나나센터를 찾은 김미순(49ㆍ여ㆍ광주광역시)씨는 “버려진 폐 산업시설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갤러리로 꾸며 도심에서도 보기 어려운 특별한 공간이 된 것 같다”며 “무엇보다 문화ㆍ예술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나주 시민들에게 일상 속 큰 즐거움을 주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나센터는 시민 참여형 공간으로도 적극 활용될 예정이다. 실제 일부 공간에서는 시민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고령의 주민들이 직접 제작한 아기자기한 느낌의 바느질 공예품, 주민들이 지역 고분에서 출토된 역사 유물의 문양ㆍ빛깔 등에서 착안해 만든 수공예품 등이 전시돼 있다. 현재 나나센터에서는 개관 기념 ‘한ㆍ중 대표작가 교류전’(10월 18일~12월 20일), 김진송 작가의 ‘목수 김씨전’(10월 18일~11월 17일) 등이 열리고 있다.

전남 나주시 나빌레라 문화센터. 다양한 목각 제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나주시 나빌레라 문화센터. 다양한 목각 제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강인규 나주시장은 “나나센터를 시민들을 위한 문화 공간이자 역사ㆍ문화와 미래 성장 동력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나주=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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