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제국의 위안부'는 허위사실"…유죄로 뒤집힌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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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고법에서 명예훼손죄 유죄를 선고받은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서울고법에서 명예훼손죄 유죄를 선고받은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국의 위안부』를 쓴 박유하(60) 세종대 교수에게 항소심 법원이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던 1심을 깨고 유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1심 무죄 깨고 벌금 1천만원 #박유하 "의외 판결…즉각 상고하겠다"

27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김문석)는 "일본에 의해 강제 동원돼 성적학대당한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고 크나큰 정신적 고통을 안겨줬다"며 박 교수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의견 또는 논평을 표하는 형식이더라도 그와 동시에 어떤 사실을 전제로 하는 경우에는 그 전제되는 사실을 적시한 것에 해당한다"면서 책 내용 중 11군데의 표현은 의견이 아닌 사실이라고 봤다. '가난한 여성들이 매춘업에 종사하게 되는 것과 같은 구조 속의 일이다'''자발적으로 간 매춘부'라는 이미지를 우리가 부정해온 것 역시 그런 기억과 무관하지 않다' 등이 11곳에 포함된다.

이어 재판부는 UN·국제법률가협회 보고서와 일본 정부 조사 내용, 1993년 고노 요헤이 일본 관방장관 담화문 등을 인용해 읽은 뒤 위안부 모집과 운영이 일본군에 의해 강제적이고 강압적으로 행해졌다는 것이 "위안부에 관한 현존하는 가장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의 책은 이러한 사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2013년 출간된 박 교수의 책『제국의 위안부』표지'. [중앙포토]

2013년 출간된 박 교수의 책『제국의 위안부』표지'. [중앙포토]

재판부는 박 교수의 저서 『제국의 위안부』가 "독자들이 마치 많은 위안부들이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돼 경제적인 대가를 받고 성매매를 하였고 일본군과 협력해 함께 전쟁을 수행하였으며 일본군은 강제동원과 강제연행을 하지 않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벌금 1000만원이라는 형량을 결정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재판부는 "박 교수는 기존과 다른 시각에서 연구하고 문제해결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과정에서 왜곡이 있었고, 피해자들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잘못된 생각이 있더라도 토론과 반박을 통한 것이 아닌 법관의 형사처벌로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유하 교수. [연합뉴스]

박유하 교수. [연합뉴스]

박 교수는 즉각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교수는 "굉장히 의외의 판결이었다"면서 "제가 승소한 1심 재판 때는 저의 입장을 충분히 이야기할 시간이 있었는데 2심에서는 거의 검토가 없었다"고 말했다. 판결의 영향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이번 사법부의 판단은 사죄의 마음을 갖는 일본인들까지도 마음을 돌아서게 할 여지가 있다"고 답했다.

박 교수는 지난 2013년 8월 펴낸 이 책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매춘부'에 빗대거나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였다는 취지로 글을 써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지난 1월 1심 재판부는 "박 교수가 책에서 개진한 견해는 어디까지나 가치판단을 따지는 문제이므로 형사 절차에서 법원이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이나 능력에서 벗어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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