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글로벌 조직 ‘자율경영제’로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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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대자동차의 올해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5년 만에 반 토막 났다. 중국·미국 판매 부진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지난해 3분기 사상 최장기 파업을 고려하면 뚜렷한 실적 회복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

해외판매 부진에 조직 유연성 강화 #3분기 영업이익은 1조2000억 선방 #올해 누적 순이익 5년 만에 반토막

현대차는 26일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조2585억원을 기록했다. 5년 전(7조1637억원·2012년)과 비교하면 당기순익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순익이 급감한 이유는 중국·미국 등 해외 시장 부진 때문이다. 중국 시장 현지 판매량(54만9000여대)이 30.1% 줄었고, 미국 판매 대수(51만7100대)도 12.9% 감소했다. 최병철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미국·중국 등 주요 생산공장 가동률 저하로 재고 차량이 증가하면서 고정비 부담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1~3분기 매출액(71조8752억원)은 4% 늘었지만 ‘빛 좋은 개살구’다. 지난해 3분기 실적이 워낙 좋지 않았다. 민주노총 현대차 지부는 지난해 7월 19일~10월 12일 총 24차례의 파업을 했다. 올해 현대차 노조 파업이 8차례에 그치면서 3분기 실적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3분기 실적(매출 24조2013억원, 영업이익 1조2042억원)만 두고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 늘었다.

4분기 성적표는 중국 시장이 관건이다. 9월 중국 시장 판매 대수(8만5040대)는 8월 대비 60% 늘어나는 등 반등 조짐이 보인다. 구자용 현대차 IR 담당(상무)은 “중국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R&D)부터 판매까지 모든 부문에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국 시장이다. 9월 판매량(5만7007대)도 8월보다 14.4% 감소하는 등 실적 회복 기미가 없다. 최병철 본부장은 “연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를 미국 시장에 선보이는 등 미국 시장에서 SUV 라인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조직체계 재편=글로벌 시장 실적이 감소한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조직 운영체계를 개편한다. 세계 시장을 주요 권역별로 분할하고, 자율 경영시스템을 도입한다. 권역본부는 상품운용·시장전략·생산·판매 의사 결정권을 갖는다. 당장 내년부터 현대차 북미권역본부·인도권역본부, 기아차 북미권역본부가 자율 경영시스템을 도입한다. 현대차그룹은 “현장 중심 의사결정 체계를 강화해 민첩하고 유연한 현장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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