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쿡사람’은 외국인을 조롱하는 말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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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타일러 라쉬 트위터]

[사진 타일러 라쉬 트위터]

외국인들을 ‘외쿡사람(외국사람)’이라고 부르는 경우를 흔히 보셨을 겁니다. 최근 인터넷상엔 이 말을 두고 ‘조롱이냐 아니냐’ 논쟁이 펼쳐졌는데요.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한 미국 출신 방송인 타일러 라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발단됐습니다.

타일러는 지난 20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외쿡사람’이라는 표현은 나쁜 의도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건 아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찝찝한 걸까요? 저만 그런가요? 왜 이렇게 거슬리지”라고 했습니다. 다른 글에서도 “타자할 때 ‘외쿡사람’이라고 쓰는 건 오타는 아닌 거 맞죠? 일부러 치는 거 맞죠? ‘키읔(ㅋ)’이 치기에 불편한 위치에 있으니까 오타로 보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은 다양했습니다. “외국인이나 표준어 외의 사투리를 사용하는 지역인들의 억양을 마치 재치있고 유쾌한 농담이라는 듯 희화화하는 건 나쁜 의도가 아니더라도 불쾌하죠” “저도 한국에 사는 외국인으로서 그래요”라며 공감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부정적인 반응이 많아서 놀라운데, 실제 사용하고 있는 한국인 화자로서는 전혀 비하의 의미 없이 재미로 쓸 뿐 다른 뜻은 없어요”라며 이 같은 논쟁에 적잖이 놀란 이들도 있었습니다. 인터넷은 물론, 일상생활 심지어 방송에서도 거리낌 없이 쓰여서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표현이기 때문이죠.

‘외쿡인(외국인)’ ‘미쿡인(미국인)’ ‘외쿡(외국)에서 왔어요’ 어쩌다 보니 외국인을 소개하거나 부를 때 관용적 표현처럼 사용하고 있는 이 말은 한글의 ‘기역(ㄱ)’을 발음하는 외국인들을 흉내 내면서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치를 주로 ‘킴치(Kimchi)’로 쓰듯 개정 전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초성 ‘기역(ㄱ)’은 ‘케이(k)’로 표기됐기 때문입니다.

거두절미 하고, 이번 논쟁에서 '외쿡사람'에 대해 재밌거나 혹은 친근함을 드러내는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적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다 보니 “이 말에 기분이 나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다”며 “앞으로 그런 표현은 삼가야겠다”는 반응도 많았는데요. 이 가운데 “재미로 한다는 것 자체가 희화화가 아닐까요?”라는 한 네티즌의 댓글도 눈길을 끕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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