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노후준비 5년 설계] 투자 성공했을 때 가장 위험, 우연을 실력이라 착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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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서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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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 성공한 것은 우연일 뿐인데 사람들은 스스로 실력이 있다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 우연치 않은 수익을 얻은 경우엔 더욱 더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게 된다. 그러다가 주가를 예측할 수 있다며 극단적 낙관주의에 빠져 위험한 투자에 발을 들여놓는다. 이 경우 투자에 실패해도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희망고문’에 들어간다.

인간은 주변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상대방에 대해선 불리한 쪽으로 생각해 심리적 안정을 얻으려는 본능이 있다. 그 결과는 자신에 대한 지나친 ‘편향성’이다.

이런 편향성은 전문가 집단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한 컨설팅 회사가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70%가 자신의 능력이 상위권에 속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9%는 중위권에 속한다고 말했고, 스스로 하위권이라고 답한 펀드매니저는 거의 없었다. 통계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주식투자자들도 대부분 자신이 보통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만한다. 그렇지 않다면 주식투자를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쁜 일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모든 상황을 맘 먹기에 따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믿기도 한다. 그런 생각은 증시가 호황일 때, 그리고 어쩌다 투자한 주식이 올랐을 때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그러다 있는 재산을 다 날리고 한숨의 나날을 보내는 투자자가 셀 수 없이 많다. 주식으로 돈 벌었을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서명수 객원기자 seo.myo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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