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지 말라”사정해도…‘인생샷’ 위해 분홍 억새 짓밟는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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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JTBC 뉴스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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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SNS 상에서는 새로 생긴 분홍 억새 군락지가 ‘인생 사진‘을 찍기 위한 장소로 떠올랐다. 그래서였을까. 분홍 억새 명소로 떠오른 수도권의 한 공원이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멍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5일 JTBC 뉴스룸 ‘밀착카메라’가 현장을 찾았다.

현장을 찾아가보니, 공원 진입로부터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가득했다. 들어가려는 차량과 사람들이 뒤엉키고 공원에 진입하려는 차량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풍경은 분홍빛 물결이 장관을 이루는 핑크뮬리 군락지다. 핑크 뮬리는 서양 억새의 일종으로, 바람이 불 때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사진 명소로 유명해졌다.

그동안 제주도와 부산, 경주 등지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올해 처음으로 수도권에서도 핑크 뮬리 군락지를 찾을 수 있게 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됐다.

[사진 JTBC 뉴스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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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꽃밭에 들어간 관람객들로 인해 억새는 꺾이고 옆으로 쓰러진 흔적이 즐비했다. 관람객들이 많이 지나다닌 탓에 너른 길이 생겼고 사람들이 포즈를 잡으면서 꽃이 눌리고 짓밟힌 것.

관광객들을 위해 군락지 안에는 산책로가 지어져 있지만,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관광객들은 산책로가 아닌 군락지 안을 헤집고 다닌다.

양주시청 관계자는 JTBC에 “시민들이 막 들어가서, 저희가 가서 몇 번 얘기해도 안 되더라고요. 제발 들어가지 말라고 사정까지 하고 그 정도였어요. 많이 훼손됐어요. 사람들이 다 망쳐놔갖고…”라고 말했다.

[사진 JTBC 뉴스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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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은 산책로를 벗어나 군락지로 가는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서 들어가도 되는 줄 알았다”, “꽃이 예쁘니까 좀 더 가까이서 찍고 싶어서 들어갔다” 등을 이유로 꼽았다.

다른 군락지도 마찬가지였다. 출입금지 팻말과 함께 줄도 쳐놓았지만, 개의치 않고 꽃밭 안을 넘어다니는 통에 짓밟힌 꽃밭 가운데로 새로운 길이 생기기도 했다.

[사진 JTBC 뉴스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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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관리인은 “처음에는 괜찮았고 예뻤죠. 이 상태가 아니었죠. (관람객들이) 계속 오시니까 이제 통제가 안 되고…”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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