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깨알고지' 홈플러스…"개인정보 피해 고객에 10만원씩 배상"

중앙일보

입력

경품행사를 통해 모은 고객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보험회사에 판매한 홈플러스가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대법원 '유죄' 취지 판결 잇따라 민사소송 선고 #"고객들, 상당한 분노·불쾌감 느꼈을 것"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1부(부장 박미리)는 경품행사 응모자 김모씨 등 4명이 홈플러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홈플러스가 각각 1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홈플러스의 경품행사 광고. [사진 연합뉴스]

홈플러스의 경품행사 광고. [사진 연합뉴스]

홈플러스는 2011~2014년 총 11회의 경품 행사를 진행하며 고객 개인정보 약 712만건을 수집해 그중 600만건 상당을 보험사에 팔았다. 그 대가로 챙긴 돈은 119억원이었다.

당시 홈플러스는 응모권에 ‘개인정보는 보험상품 안내 등을 위한 마케팅 자료로 활용된다’는 글을 1㎜ 크기의 글자로 써놨다. 끝부분에 붉은 글씨로 ‘동의 사항을 일부 기재하지 않거나 서명을 누락할 경우 경품추첨에서 제외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참여연대 등 13개 시민·소비자단체들이 홈플러스의 '1㎜ 깨알 고지'에 항의해 전달한 문서. [사진 연합뉴스]

참여연대 등 13개 시민·소비자단체들이 홈플러스의 '1㎜ 깨알 고지'에 항의해 전달한 문서. [사진 연합뉴스]

검찰은 2015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홈플러스 법인과 임직원들을 기소했으나, 1·2심은 응모권에 개인정보가 보험회사 영업 등에 사용될 수 있다는 내용이 고지됐기 때문에 무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4월 “해당 내용을 소비자들이 읽기 어렵고, 홈플러스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 방법으로 개인 정보 처리에 대한 동의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유죄 취지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판부는 “홈플러스가 경품회사 당시 동의를 받긴 했지만 의도적으로 관련 부분의 글씨를 작게 써서 고객들이 인식하지 못하게 했다”며 “고객들이 영리 대상으로 취급됐다고 생각해 상당한 분노나 불쾌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다만 “소비자들의 성급함이나 부주의도 원인이 된 점 등을 고려해 배상액을 10만원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고객들에 대판 민사 소송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홈플러스가 고객 425명에게 1인당 5만∼12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4단독 류종명 판사도 강모씨 등 30명이 낸 소송에서 일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