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중반 북한군 남침했다면 한국, 216일 만에 패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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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은 1970년대 중반 북한군이 남침할 경우 서울은 190일 만에 함락되고 남한은 216일 만에 패배할 것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미국의 동북아 전문기관인 노틸러스연구소가 최근 정보자유법에 따라 미국의 태평양사령부가 작성한 800여 쪽에 달하는 비밀문서를 해제하는 과정에 밝혀진 것이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문서 중에는 한반도에 제2의 6.25가 발생할 경우를 가상한 전쟁 시뮬레이션 결과가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전쟁 시뮬레이션이란 남북한의 병력, 군사배치 상황, 탄약 등을 컴퓨터에 입력하고 가상전쟁을 실시하는 것이다.

문서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군이 24개 사단과 594대의 전투기를 동원해 개성.철원.동부 등 3개 전선을 기습 공격해 오는 경우를 상정했다. 남한은 미 본토의 추가 증원 없이 한국군 28개 사단과 주한미군 1개 사단이 방어를 전담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그 결과 북한군은 휴전선을 돌파해 서부 전선과 중부 전선에서 수십㎞씩 남진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부 전선은 대체로 교착 상태가 될 것으로 판단됐다.

한국군은 북한군의 공격에 맞서 서울을 최장 90일간 방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서는 "전쟁 발발 석 달까지는 남북 어느 쪽도 승리를 선언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쟁 발발 후 90일을 기점으로 전세는 북한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측은 전쟁 개시 후 30일 만에 공군력이 붕괴돼 패색이 짙어진다. 결국 북한군은 철원 축선을 통해 한국군 방어선을 돌파한다. 방어선을 돌파한 북한군은 남진을 계속, 전쟁 발발 190일에 서울을 함락시킨다. 결국 한강 이남으로 쫓겨난 한국군은 북한군에 계속 밀려 전쟁 발발 216일 만에 북한에 패배한다.

또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는 전쟁 시뮬레이션 외에 ▶75년 주한미군에 전술 핵무기가 배치된 사실과 함께 ▶미군이 나이키 허큘리스 대공 미사일을 한국군에 이양하는 계획 ▶북한에 대한 반격계획인 작계 5020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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