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태양광 설비, 투자비 보상 받기 힘들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가정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요금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알려진 상계제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어서다.

전력 생산량만큼 전기료 빼주지만 #설비 지나치게 커 나머지 처리 곤란 #사업자 신청 안하면 현금지급 안 돼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설치 가구는 2011년 3만6339가구에서 올 8월 26만6670가구로 크게 늘었다. 발전 총량도 1907㎿h에서 22만9288㎿h로 120배로 증가했다.

단시간에 이렇게 많이 늘어난 건 태양광 상계거래 덕분이다. 상계거래는 태양광 발전설비를 갖춘 가구가 생산한 전력량만큼 해당 가구가 사용한 전기요금에서 빼주는 제도다. 주택이나 공장·상가·축사·창고 등에 설치용량이 50㎾ 이하의 설비를 갖추면 혜택을 볼 수 있다. 만약 사용한 전력량이 생산한 전력량보다 적을 경우엔 잉여 전력을 이월해 적립해뒀다가 전기를 더 많이 쓰는 계절에 맞춰 상계 처리할 수도 있다.

좋은 제도지만 실제로는 한전도, 설치한 가구도 불만이다. 사용량보다 발전량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한전에 따르면 이렇게 가구 전력 사용량보다 많은 미상계 전력량은 2011년 784㎿h에서 올 8월에는 13만6389㎿h(누적 기준)로 급증했다. 예컨대 한달에 100㎾h의 전력을 사용하는 가구가 100㎾h를 생산했다면 전력 요금을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150㎾h를 생산했다면 사용량을 초과한 50㎾h는 상계되지 않고 계속 쌓여간다는 의미다.

이훈 의원은 “해가 갈수록 누적 발전량은 증가하지만 해당 가구가 사용하는 전력량엔 큰 변화가 없어 잉여 전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애초에 불필요하게 큰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게 원인으로 꼽힌다. 이 의원은 “해당 가구의 전력 사용량을 감안해 적절한 규모의 설비를 갖춰야 하는데 일부 태양광 사업자들이 더 큰 것을 설치하도록 유도한 뒤 한전이 보상해 줄 것이라는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미상계 전력량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149억원에 달한다는 게 이 의원의 분석이다. 현행 제도는 사용한 전력 요금에 대해서만 상계처리를 하도록 돼 있다. 잉여 전력이 있어도 현금을 지급할 수 없다. 해당 가구 입장에선 큰돈을 들여 태양광 설비를 갖췄는데 혜택이 적으면 설치비용을 회수하는 기간이 그만큼 늘어난다.

이 때문에 한전은 잉여분을 현금으로 보상할 수 있는지를 기획재정부에 문의했지만 ‘해당 가구가 사업자 등록을 해야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사업자가 되면 잉여전력에 상응하는 현금 지원은 받겠지만 이 때문에 소득이 높아져 세금과 건강보험 등 부담금이 많아진다.

이 의원은 “처음 상계거래 신청을 받을 때 가구별 전력 사용량과 설비용량을 비교해 안내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또 사업자 신청 없이도 잉여전력에 대해 현금 지급을 받을 수 있게 하고, 비과세 적용 범위에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