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알파고 제로'의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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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32강전> ●박정환 9단 ○구쯔하오 5단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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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보(92~103)=지난 19일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다시 화제로 떠올랐다. 구글 딥마인드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알파고의 최신 버전인 '알파고 제로'를 소개했다. 알파고 제로는 기보 입력 없이 강화학습만으로 기존의 알파고를 뛰어넘었다. 그것도 40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말이다.

참고도 1

참고도 1

이로써 알파고는 사람들이 수천 년간 경험과 학습으로 쌓아온 바둑의 정수를 순식간에 통달했다. 심지어 알파고는 사람들이 고정관념과 선입견에 빠져 미처 헤아리지 못한 부분도 깨우쳤다. 알파고의 끝이 어디일지도 가늠할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가 계속 바둑을 두고 고수의 바둑을 관전하는 건, 사람의 바둑에는 '생각'과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수마다 존재하는 서로 생각을 확인하고 분석하는 과정 그 자체에 바둑의 즐거움이 있다.

참고도 2

참고도 2

실전은 대마 사냥 중이다. 구쯔하오 5단이 쉽게 착점하지 못하는데, 그만큼 백이 괴로운 상황이다. 흑이 95로 내리자 백의 안형이 위태롭다. '참고도1'에서 보듯 안에서 두 집을 내기도 어렵고, '참고도2'에서 보듯 밖으로 탈출도 쉽지 않다. 백은 96으로 붙이고 98로 끊어 최대한 변화의 빌미를 만들어본다. 하지만 흑이 99로 끊고 101, 103으로 나오자 속수무책. 구쯔하오 5단의 생각이 더욱 깊어진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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