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가족들에게 보지 말라고 했다 '마더' 제니퍼 로렌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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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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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거진M] 이 영화에서 제니퍼 로렌스(27)는 마더 그 자체다. 마음이 찢기는 고통에 절규하는 그의 모습이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마더!' 제니퍼 로렌스 인터뷰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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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고 충격적인 영화다. 시나리오의 첫 인상은 어땠나.
“읽자마자 출연하고 싶었다.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쓴 은유에 깜짝 놀랐던 한편, 깊이 매료됐다. 인류의 탄생과 우주의 멸망, 인구 과잉에 따른 오염과 부패 등. 특히 인간의 이기적인 면을 드러낸 점에 끌렸다. 사람들은 지구 반대편이 파괴되는 건 아랑곳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집에 담배꽁초가 생기는 건 신경 쓰지 않나. 인간이 망가뜨린 것은 우리 모두의 지구다. ‘마더!’는 이 불편한 사실을 직시하는 영화다.”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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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는 시인 남편의 순종적인 아내이자 뮤즈다. 이 캐릭터에 끌린 이유는.
“마더는 남편을 몹시 사랑한다. 사랑에 빠져 마음이 약해지는 건 무서운 일이지만, 사랑은 폭죽이 쾅쾅 터지듯 무언가를 불타오르게 하는 힘이 있다. 숨겨진 날 것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게 하는! 한편으론 예술가의 사랑이라는 소재에 공감했다. 예술가는 언제나 뮤즈를 필요로 하니까. 이 세계가 끝나지 않는 한, 남자는 언제나 여자를 이용할 것이다.”

━페미니즘 시각으로 읽을 부분도 제법 보인다.
“맞다. 내 생각에 ‘마더!’는 굉장한 페미니즘 영화다.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가부장제 소설이 가정이 여성의 존엄을 천천히, 그리고 섬세하게 빼앗는 과정을 보여준 것처럼 말이다. 영화에 페미니즘을 담기 위해, 모든 여성을 공격적인 인물로 그릴 필요는 없다. 우리가 페미니즘을 알기 전, 과거 작가들은 이미 여성의 강인함을 작품에 담아낸 바 있다.”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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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를 연기하며 가장 힘들었던 적은.
“촬영 자체가 힘들기 보단 늘 심리적 압박을 느꼈다. 마음 깊이 고통 받는 마더를 잘 연기할 수 있을지 불안했다. ‘컷’ 사인을 듣고 돌아오면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횡경막이 아프고 갈비뼈가 튀어나올 것처럼 심장이 쿵쾅거렸다. 내가 아로노프스키 감독과 또다시 함께 작업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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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국제영화제의 첫 상영 이후 ‘마더!’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우리가 달콤한 연인 같은 영화를 만들진 않았으니까. 소란스러운 반응이 나타날 것이라 예상했다. 첫 상영이 끝나고, 가족에게 전화해서 ‘이 영화 보러 (뉴욕에) 오지 마. 안 좋아할 거야’ 라고 말했다. 이 영화를 다 보면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을 받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 의미에서 관객이 ‘마더!’의 은유와 상징을 이해하고 보면 훨씬 좋겠다. 내가 요즘 이 주제에 관해 동네방네 이야기하고 다니는 이유다(웃음).”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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