冷害 확산…농민 시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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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올 여름 잦은 호우 등으로 인한 이상 저온으로 농작물에 대한 냉해가 확산되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27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집중호우와 저온현상으로 조생종 벼가 영글지 않는 '불임현상'이 전국으로 번져 큰 흉작이 예상되고 있다. 고추와 사과.배 등 과일.채소류도 일조량 부족으로 작황이 부진한 상태다.

이에 농민들은 피해 지역에 대한 특별재해지역 선포 등 정부차원의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논과 밭을 갈아 엎거나, 벼포기에 불을 지르는 등 격렬한 시위까지 벌어지고 있다.

◇농민 동요=전북 순창군 농민 3백여명은 26일 순창농협 앞 광장에서 특별재해지역 선포를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냉해 농작물 피해조사에 나설 것과 대책 수립 등을 촉구했다.

농민들은 이어 복흥면 하마리 韓모(44)씨의 논 1천여평에 불을 지르고 콤바인으로 갈아 엎기도 했다. 韓씨는 "벼가 이삭을 내민 지 보름이 지났는데 껍데기가 텅빈 채 여물지 않고 있다"며 "피땀 흘려 지은 농사지만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북 남원시 의회도 피해 농민에 대한 재해보상액을 늘려 달라고 정부에 건의문을 낼 예정이다.

전북도 농민회도 이날 강우.일조량 부족에 따른 농작물 피해대책의 수립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농어업재해보상법 제정을 요구했다.

◇피해 얼마나 큰가=전북도 농업기술원 조사에 따르면 남원시 운봉읍과 산내.인월 등 고산지대의 논 2천7백30여ha, 순창 5백10ha, 진안 3백여ha 등 4천여ha에 심은 벼들이 냉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도 농업기술원이 23일 도내 관찰포에서 벼의 생육상황을 조사한 결과 포기당 이삭수가 17.7개로 평년보다 0.4개 정도 적었다. 이삭당 벼알 수도 73.8개로 평년보다 0.3~0.5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하를 앞둔 배와 사과도 상황은 비슷하다. 충남 천안시에 따르면 성환 신고배의 경우 인공수정 시기인 4월부터 내린 잦은 비로 결실이 부진한 데다 병충해로 생산량(지난해 32만t)이 지난해에 비해 25% 정도 감소할 전망이라는 것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고추 등 채소류와 배.사과 등 과일류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15~20% 이상 감소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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