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통계도 감탄고토?…유리한 통계만 강조하는 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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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을 만나 ‘포용적 성장’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과 구리아 사무총장은 포용적 성장, 일자리 창출, 디지털화, 고령화 사회 대응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 만난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한국과 멕시코, 최장 노동시간 불명예” #“생산성 또한 OECD 평균 절반 수준”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흔히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OECD에서 발표하는 통계는 우리나라를 다른 잘사는 나라와 비교하는 잣대로 자주 사용된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주요 정책과제의 핵심 근거로 OECD 통계를 인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제3차 일자리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우리나라 공공 부문 일자리는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일자리 정책 로드맵을 통해 공공 일자리 81만개를 구체화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통계는 OECD가 발행하는 ‘한눈에 보는 정부(Government at a Glance)에 포함된 전체 고용 중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2015년 기준으로 이 비율이 OECD 평균은 18.1%지만 한국은 7.6%에 그친다는 것이다. 보고서엔 “전체 회원국 평균은 2007년 17.9%에서 2015년 18.1%로 다소 증가했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긴축재정으로 인해 OECD 국가 대부분의 중앙정부 인력은 상당한 수준으로 감축됐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근로시간 단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세계적으로 고용률이 70%를 넘는 국가 중에 연간 노동시간이 1800 시간을 넘는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 연간 노동시간이 300시간이나 더 많은 실정”이라고 했다. 실제 2016년 기준으로 한국의 연간 노동은 2069시간으로 OECD 평균(1763시간)과 큰 차이가 난다. “과로 사회”라는 표현이 전혀 틀리지 않다.

하지만 2015년 기준으로 국내 기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31.8달러로 OECD 평균(46.7달러)과 동떨어져 있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또한 OECD는 “임금 삭감이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비용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중장기적으로 고용 창출에 부정적 효과를 초래한다”는 입장도 갖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고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고용을 늘려야 할 당위성도 있지만 정부가 밀어붙인다고 해서 반드시 원하는 정책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과 만난 구리아 사무총장도 “한국과 멕시코가 OECD 회원국 중 최장의 노동시간을 가진 국가라는 불명예를 지니고 있다”면서도 “생산성 또한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지적했다.

이에 공감을 표시한 문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노동시간 축소 및 생산성 제고를 위해 노력 중”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 접근성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하는 청년 취업난, 중소기업 구인난의 문제가 있으며, 우리 정부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대변인은 전했다.

청와대가 한국 경제의 상황을 설명할 때도 불리한 통계가 잘 등장하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은 지난 13일 “최근 북핵 리스크(위기) 등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의 기초는 튼튼하고 굳건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제2의 외환위기설’을 불식시키려는 취지였다. 올해 경제성장률 3% 달성도 희망적으로 봤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핵심 정책 목표인 ‘양적성장을 넘어서는 질적성장’ 부분에 대해선 이렇다 할 성과를 제시하진 못했다. 지난 16일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OECD 통계가 나왔다. 지난 8월 기준 한국의 실업률은 3.8%로 전월에 비해 0.2%포인트 올라 오스트리아와 함께 OECD 회원국 중 실업률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같은 상승은 두자릿 수로 상승한 청년층(15~24세) 실업률 탓이었다. 8월 청년층 실업률은 전월과 비교해 1.3%포인트 오른 10.7%였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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