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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8억년 전 자연이 만든 섬 대청·소청도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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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분가루를 칠한 것 같은 분바위, 원시적 단세포 식물이 죽어 쌓이면서 퇴적암이 된 국내 유일의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천연기념물 508호), 8억~10억년간 모래가 쌓여 병풍처럼 만들어진 규암 덩어리 서풍받이.

소청도 반대쪽 등대전망대에서 바라 본 분바위(오른쪽 아래부분). 인근 바위들과 달리 유독 하얀색이 눈에 띈다. 임명수 기자

소청도 반대쪽 등대전망대에서 바라 본 분바위(오른쪽 아래부분). 인근 바위들과 달리 유독 하얀색이 눈에 띈다. 임명수 기자

인천 연안부두에서 뱃길로 4시간 거리에 있는 인천시 옹진군 대청·소청도에 있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지질유산들이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와 함께 8억~10억년 전 생성된 지질퇴적층 등이 그대로 보존된 곳이다. 때문에 국내는 물론 세계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소청도에 국내 가장 오래된 '스트로마톨라이트' #지질공원 된 강원도 영월보다 4억년 이상 앞서 #'분바위' 등 희귀한 지질 많고 신기한 것들도 #대륙판 이동 모습 관찰 등 지질학적 가치 높아 # #대청도에도 '트리플 물결', 100m 병풍 '서풍받이' #시, 대청·소청·백령 11곳 국가지질공원 신청예정 #202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신청 계획도 #주민들 "공원 지정되면 인프라 구축 등 기대감"

기자는 지난 13~14일 이틀 동안 인천시가 마련한 ‘대청도·소청도 국가지질공원 프레스 투어’를 통해 현장을 찾았다. 투어에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이수재 선임연구위원(박사)이 동행했다.

소청도의 스트로마톨라이트는 8억년 전 남조류(원시적인 단세포 식물)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개껍 모양을 새겨 놓은 듯 한 퇴적암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이수재 박사는 “남조류들이 햇빛을 보기(광합성) 위해 진흙과 모래 틈을 비집고 나온 것”이라며 “모양이 조개껍데기가 분출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스트로마톨라이트. 지난 13일 프레스 투어에 참여한 시청 관계자가 소청도 스트로마톨라이트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임명수 기자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스트로마톨라이트. 지난 13일 프레스 투어에 참여한 시청 관계자가 소청도 스트로마톨라이트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임명수 기자

이곳의 스트로마톨라이트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됐다고 한다. 실제 이미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강원도 영월의 스트로마톨라이트보다도 4억년이나 앞선 것이다.
인근에는 형형색색의 퇴적층도 목격됐다. 8억년 전부터 파도와 바람의 풍화작용 때문에 깎이고 쌓인 지질의 모습이 그대도 담겨 있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중국 산둥(山東)반도에서 한반도로 이어지는 대륙판 이동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다양한 지층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학술적으로 가치가 높다고도 했다. 소청도의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알려진 것이 불과 10년 밖에 안됐기 때문이다.

소청도에 있는 분바위. 흰색 분가루를 칠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지난 13일 프레스 투어에 참여한 기자단과 시청 직원들이 분바위를 지나고 있다. 임명수 기자

소청도에 있는 분바위. 흰색 분가루를 칠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지난 13일 프레스 투어에 참여한 기자단과 시청 직원들이 분바위를 지나고 있다. 임명수 기자

스트로마톨라이트 연장선에 놓인 분바위는 대리석이다. ‘분가루를 뿌려 놓은 듯 하얗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 바위를 만지면 하얀 가루(모래)가 묻어 나온다. 분바위는 소청도 남동쪽 해변을 따라 1km 길이로 분포돼 있다. 썰물 때는 도보로 관람이 가능하다. 바위 높이만 10~30m에 달한다.
일제강점기부터 1970년대까지 대리석 채석장이었지만, 현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반출이 금지된 상태다. 폭약을 넣어 바위를 깬 흔적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스트로마톨라이트와 함께 8억 년 가까이 퇴적된 것으로 알려진 형형색색의 퇴적층을 이수재 연구위원이 관계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임명수 기자

스트로마톨라이트와 함께 8억 년 가까이 퇴적된 것으로 알려진 형형색색의 퇴적층을 이수재 연구위원이 관계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임명수 기자

대청도에도 수 억년 전의 지질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 있다. 농여해변 안에 있는 이른바 ‘나이테 바위’가 그중 하나다. 고목의 나이테를 길게 늘여 놓은 것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지층이 가로가 아닌 위아래로 쌓여 있는 세로모양인데다 다양한 색이 층층이 교차하고 있다. 특히 나이테 바위는 ‘한반도 탄생’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지층구조라는 게 이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대청도 농여해변에 위치한 나이테바위. 지층이 다양한 색깔로 가로가 아닌 세로로 서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임명수 기자

대청도 농여해변에 위치한 나이테바위. 지층이 다양한 색깔로 가로가 아닌 세로로 서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임명수 기자

이 연구위원은 “한반도 북쪽은 북중국대륙에, 남쪽은 남중국대륙에 붙어있던 것이 합쳐지면서 중간지점인 서해5도에 압력이 가해져 지층이 뒤집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지각변동에 의해 지층이 휘어지기도 하고, 끊어지면서 뒤집히는 등 독특한 지질구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사하라 사막으로 불리는 ‘옥죽동 해안사구’도 장관이다. 북서풍의 영향으로 모래가 날려 해수면에서 최고 100m, 길이 2km 폭 1km에 쌓인 국내 최대 해안사구다.

북서풍의 영향으로 100m 높이의 모래가 쌓인 국내 최대의 해안사구인 '옥죽동 해안사구'. 썰렁함을 없애기 위해 주민들이 낙타 인형 조형물을 설치해 놓았다. 임명수 기자

북서풍의 영향으로 100m 높이의 모래가 쌓인 국내 최대의 해안사구인 '옥죽동 해안사구'. 썰렁함을 없애기 위해 주민들이 낙타 인형 조형물을 설치해 놓았다. 임명수 기자

 바람에 따라 모래의 방향이 바뀌면서 경관이 수시로 변한다고 한다. 하지만 집안까지 들어오는 모래를 막기 위해 주민들이 소나무 방풍림을 만들어 과거와 같은 경관변화가 없어 소나무를 없애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대청도 미아해변 '트리플 물결무늬'는 퇴적층과 바다속 바닥(썰물 때), 모래 등에서 자연에 의해 물결무늬 모양이 생겨 붙여진 이름이다. 사진은 퇴적층 물결무늬를 이수재 연구위원과 시청 직원이 들여다 보고 있다. 14일 프레스 투어에서 모래에서도 물결무늬가 발견돼 '쌍연흔'(두개의 물결)에서 '트리플 연흔'으로 부르기로 했다. 임명수 기자

대청도 미아해변 '트리플 물결무늬'는 퇴적층과 바다속 바닥(썰물 때), 모래 등에서 자연에 의해 물결무늬 모양이 생겨 붙여진 이름이다. 사진은 퇴적층 물결무늬를 이수재 연구위원과 시청 직원이 들여다 보고 있다. 14일 프레스 투어에서 모래에서도 물결무늬가 발견돼 '쌍연흔'(두개의 물결)에서 '트리플 연흔'으로 부르기로 했다. 임명수 기자

특히 8억 년 이상 모래가 쌓이면서 웅장한 수직절벽으로 조성된 규암 덩어리 ‘서풍받이’도 연구대상이다. 병풍처럼 서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높이만 100m에 달한다.

수 억 년간 쌓여 온 규암 덩어리가 100m 높이로 병풍처럼 펼쳐진 서풍받이 모습. 임명수 기자

수 억 년간 쌓여 온 규암 덩어리가 100m 높이로 병풍처럼 펼쳐진 서풍받이 모습. 임명수 기자

인천시는 대청도·소청도 6곳과 10억 년 전 형성된 두무진 해변과 남포리 습곡(천연기념물 507호) 등 백령도 5곳을 포함한 11곳을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연말까지 학술연구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또 202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에도 나설 예정이다.

현재 국내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곳은 울릉도와 독도, 한탄과 임진강, 제주도·부산·청송·무등산·강원 고생대 등 모두 10곳이다. 이 중 제주와 청송은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받았다.

국가지질공원 인증 신청에 주민들도 반기도 있다. 소청도 주민 박준복(59)씨는 “분바위 등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면 더 많은 관광객들이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관광객들이 머물수 있는 숙박 및 편의시설 등이 크게 부족해 이에 대한 보완책도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수재 연구위원은 “백령·대청도는 빼어난 자연경관과 함께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특이한 지질구조를 가지고 있어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하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우미향 인천시 환경정책과 생물다양성팀장은 “접근성이 좋지 않은 탓에 소청도와 대청도의 지질유산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며 “국가지질공원을 통해 그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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