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보이콧' 朴 전 대통령 "20년, 30년형 개의치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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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을 마친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을 마친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 7명 전원이 재판부에 사임계를 내면서 사실상 재판을 보이콧한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이 형량은 중요치 않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동아일보는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 일부의 말을 빌려 박 전 대통령이 공판에 앞서 "형량이 20년형이든 30년형이든 개의치 않는다. 이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 공판에서 "다시 구속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며 구속 연장 결정에 유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물론 저 역시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향후 재판은 재판부 뜻에 맡기겠다"며 "더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포기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은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국정 농단 사건 주요 관련자들의 선고를 앞두고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내용의 옥중 메시지를 공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묻고 저로 인해 법정에 선 공직자와 기업인에게는 관용이 있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변호인단 총사퇴는 박 전 대통령의 최종 결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발언도 나왔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한 관계자는 전날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단이 여러 가지 안을 전하면 본인이 심사숙고해서 한 번 딱 결정하고 그걸 강단 있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최종 결심을 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변호인단이 사임 의사를 재고할 가능성은 현재로는 전혀 없다"며 "재판부가 재고해 달라고 해서 다시 의사를 번복할 거면 처음부터 그런 말을 안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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