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표적사찰' 당한 이석수 “예상했던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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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수(54) 전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에서 자신을 ‘표적 사찰’했다는 국정원의 발표에 대해 “예상했었다”고 말했다.

이석수 ”특정 시기에 날 사찰.. 문제“ #야당 의원 관계, 동선까지 사찰 #법조계 ”이석수 1년째 수사 의아“

이 전 감찰관은 17일 그의 입장을 묻는 중앙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내가 지난해 고위 공직자(특별감찰관) 신분이었기 때문에 살펴봤을 수는 있지만, 특정한 시기에 의도를 가지고 날 사찰했다면 그것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사찰에 대해 "예상했었다"고 말했다. 2016년 10월 검찰에 출두한 이 전 감찰관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사찰에 대해 "예상했었다"고 말했다. 2016년 10월 검찰에 출두한 이 전 감찰관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원 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 이 전 감찰관이 우병우(50)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에 나서자,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이 부하 직원에게 이 전 감찰관에 대한 동향 수집 등을 지시했다. 또 보고받은 내용을 우 전 수석에게 두 차례 보고했다.

이 전 감찰관에 대한 주요 사찰 내용은 법조 출신 야당 의원과의 친분 관계, 그의 동선 파악 등이었다.

이 전 감찰관은 "국정원에서 보고했다는 야당 의원이 누구고, 내 동선에 대해 어떤 보고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당시 국정원에서 감찰에 대한 대응 방안까지 세웠던 것에 대해선 ”(우 전 수석 감찰 당시) 경찰 측에서 자료를 선별 지원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며 실제 감찰 방해가 있었음을 내비쳤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연합뉴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연합뉴스]

이 전 감찰관에 대한 불법사찰 의혹을 계기로 그와 관련한 과거 사건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7월 이 전 감찰관이 우 전 수석을 감찰하기로 하자 청와대는 이를 국기문란행위라고 했고, 검찰은 그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감찰 내용 누설 의혹과 관련해서였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당시 대구고검장)은 지난해 10월 28일 그를 소환해 조사했지만 그후 1년이 다 되도록 사건 처리는 되지 않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당시 수사팀은 대부분 검찰을 떠나거나 지방 발령이 났고, 우병우 전 수석도 '이석수 감찰 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전 감찰관만 1년째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이석수 전 감찰관을 계속 불러 조사하고 있는 건 아니다. 다만 관련된 사건들이 있어 함께 처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해명했다.

최근 이 전 감찰관은 백방준(52) 전 특별감찰관보와 함께 법률사무소 ‘이백’(RHEE & BAEK)을 개업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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