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국회 모두 겨냥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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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권자(대통령)와 인준권자(국회)를 모두 겨냥한 메시지다.”

청와대 개입, 국감 정치공세에 #헌재, 내부 불만 커지자 입장 내

16일 헌법재판관 8명이 정치권에 조속한 소장 임명 절차 진행을 촉구한 것에 대해 헌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10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김이수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겠다면서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을 존중해서’라고 한 것에 대해 헌재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는 것이다.

법률가들의 시각으로 볼 때는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판단이 청와대의 개입으로 변질됐다는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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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헌재 내부에선 “논란을 자초한 발표”란 의견도 나왔다.

한 연구관은 “국정감사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그런 발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너무나 빤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가 헌재의 입장을 너무 배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뒤이은 국감에서 헌재가 정치 공세의 표적이 되자 헌재 내부의 불만은 더 커졌다는 게 헌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헌법재판관들이 헌법적 공백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권한대행 체제를 선택한 상황을 왜곡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헌재 관계자는 “김 권한대행도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이 왜곡되자 다른 재판관들과 같은 입장에 설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결과적으로 청와대의 발표는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이다. 헌재 연구관 출신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와대 발표에 대해 헌재가 자신들의 뜻은 그런 게 아니라는 점을 밝힘으로써 청와대가 머쓱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헌재가 헌법기관으로서의 입장을 명백히 밝혔으니 정치권은 더 이상 헌재소장 임명 절차를 늦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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