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나파 산불 "3초 만에 축구장 하나 불태워" …최소13명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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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가 할퀴고 간 산타로사 [AP=연합뉴스]

화마가 할퀴고 간 산타로사 [AP=연합뉴스]

나파밸리와 인근 북캘리포니아 지역을 초토화한 산불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번졌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저녁 나파밸리 칼리스토가 계곡에서 시작된 불씨는 최대 시속 130km의 강풍을 타고 불과 수 시간 만에 12곳으로 확산됐다.

나파밸리 인근 도시 산타로사에 사는 한 한인은 새벽 2시 애완견 짖는 소리에 일어나보니 메케한 냄새와 짙은 안개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입고 있는 채로 허겁지겁 차에 올라 도망쳤는데 몇십 분 후 화마가 집을 덮쳐 집이 전소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CNN은 "나파와 소노마 카운티의 화재로 지금까지 타버린 면적은 워싱턴 D.C. 면적의 3배가 넘는 규모"라면서 "9일에만 12시간 동안 2만 에이커가 불에 탔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3초에 축구장 하나 이상을 집어삼키는 속도로 불이 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우기 직전인 10월은 캘리포니아에서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달이다. 이번 산불도 7개월 동안 비가 오지 않아 숲과 초원이 바짝 마른 탓에 불씨가 더 빠르게 번졌다.

 불길에 휩싸인 유명 와이너리 시그노렐로 [AFP=연합뉴스]

불길에 휩싸인 유명 와이너리 시그노렐로 [AFP=연합뉴스]

주 당국은 이번 산불로 최소한 13명이 숨지고, 100명가량이다쳤다고 밝혔다. 또 1500채의 가옥과 상점이 파손되고, 2만 명가량이 대피했다.

10일 새벽부터 화재는 진정됐지만, 아직도 여러 지역에서 산불이 진행되고 있다.

주 당국은 피해 규모가 제대로 파악되는 수일 후에는 이들 수치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리 브라운 주지사는 화재 지역에 대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연방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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