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가전·TV로 벌고 휴대폰서 까먹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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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LG전자는 3분기 매출액을 15조2279억원, 영업이익을 5161억원으로 잠정 집계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15.2%, 영업이익은 82.2% 늘어난 수치다. 올해 2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4.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2.3% 줄었다.

3분기 영업이익 5160억 잠정집계 #시장서 기대한 6000억에 못 미처 #스마트폰 사업 적자 2000억 예상

가전과 TV 사업은 계속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을 확 높인 가전 사업은 이번 분기에도 1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을 거로 관측된다. 이문이 박하기로 유명한 가전 업계에선 기록적 수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동안 삼성에 크게 밀렸던 LG의 TV 사업이 예전의 명성을 되찾아가는 분위기”라며 “가전 사업도 미국의 월풀을 완전히 누르고 미국 프리미엄 시장의 주도권을 잡은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이번 실적에 다소 실망한 분위기다. 금융업계는 이 회사의 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6000억원 안팎에 달할 걸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기대에 못 미친 실적의 배경엔 또 스마트폰 사업이 있다. 적자 폭이 2000억원을 훨씬 넘는 수준으로 확대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상반기 주력 모델 G6가 기대만큼 팔리지 못했고, 그럼에도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스마트폰 사업의 적자가 3000억원에 달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15년 3분기 이후 적자 행진을 거듭해 온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올해 1분기 소폭의 흑자를 냈다가 다시 지난 분기에 13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손실에도 LG전자 측은 “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 등 미래 성장 기술의 확보를 위해 스마트폰 사업을 버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2강 구도가 공고해져 LG전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두 회사와의 정면 승부를 피하는 식의 새로운 시장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스마트폰 사업에서 흑자 전환을 달성한 소니로부터 선택과 집중 전략을 배우라는 조언도 나왔다. 소현철 연구원은 "소니의 경우 미국과 일본 시장에 집중하고 모델을 단순화해 비용을 줄였다”며 "LG전자도 잘하는 음식 하나만 파는 식당처럼 모델 종류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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