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재정지출 확대, 결국 미래 세대에게 부담 전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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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건전재정포럼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사회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건전재정포럼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사회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모든 정책의 시계가 집권 5년에 맞춰져 있다. 이는 현세대의 부담을 미래 세대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건전재정포럼 정책토론회 #공약 강행은 국가부채 증가와 직결 #화석화된 예산 구조조정 선행돼야 #증세 필요하지만 경기회복이 우선

문재인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기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9월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건전재정포럼 정책토론회에서다. ‘중장기 재정 건전성 대책 시급하다’를 주제로 열린 이 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성태 청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방산비리·해외자원개발 관련 예산을 솎아내 22조4000억원을 마련하겠다지만 이는 일시적인 조정일 뿐”이라며 “(복지)제도 도입에 대한 합의가 있더라도 지출 구조조정에 성공하지 못하면 공약 이행은 국가부채의 증가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출을 늘리려면 근본적인 증세 방안부터 마련하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소득자 소득세율과 대기업 법인세율 인상 등으로 연간 5조5000억원가량 추가 세수를 기대하지만 이는 지출 증가분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며 “한국의 적정 조세부담률은 19.9~24.4%로 실제 조세부담률(19.3%)보다 0.6~4.7%포인트 정도의 증세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김 교수는 부가가치세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1977년 부가가치세 도입 이후 세율이 줄곧 10%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8.1%)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중(中)복지를 실현하는 게 목표라면 단계적으로 15%까지 인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분단국가였던 독일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언급했다. 독일은 통일비용 조달과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1993년 14%였던 부가가치세율을 14%에서 15%로 인상했고, 5년 뒤 또 한 차례 1%포인트 올렸다. 그러다 2007년 1월 고령화 대응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19%로 인상했다. 김 교수는 “증세는 어느 정권도 쉽게 단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치 환경과 관계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여야가 ‘중장기 세제개편위원회’를 꾸려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에 나선 배국환 재정성과연구원장은 “현 정부가 정치사회적 측면의 적폐 청산을 강조하고 있는데 재정분야에서도 소위 ‘재정적폐’가 심각하다”며 “학생 수 감소 등에도 내국세의 20.27%로 고정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화석화된 예산이 대표적인 개혁 대상”이라고 말했다. 개발과 성장을 전제로 만든 자원배분 구조부터 확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재정을 통해 민간 기업을 지원하거나 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하는 경제기능을 축소하고, 사회통합과 정책조정 기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부가 엄청난 규모의 예산을 틀어쥔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선 지출 구조조정이 어렵다는 의미다.

참석자들은 대체로 증세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러나 세부 방안이나 속도에 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증세를 논할 때 가장 중요한 화두는 경제적 지대(토지 등 생산요소에서 생기는 초과적 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라며 “임대소득 과세와 함께 주식 양도차익 등 자본이득에 대한 세율을 높이는 게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기획예산처 차관을 지낸 정해방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세수는 경제에 달린 것”이라며 “세율을 가지고 지엽적인 싸움을 하기보단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킬 방법부터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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