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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미모맛집] “고등어 뼈째 뜯는다꼬 고갈비 아잉교~”

중앙일보

입력

추석 연휴 동안 고향이나 휴가지를 오가는 길, 지방 여행길에 들를 만한 ‘오늘 문 여는 미모맛집(미쉐린가이드도 모르는 맛집)’을 매일 한 곳씩 소개했다. 어느덧 연휴 끝자락. 아쉬운 마음을 달래줄 10월9일의 미모맛집은 부산 감천 아지매 밥집이다.   

 부산 서민의 '소울 푸드' 고등어구이. 부산에서는 고갈비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중앙포토]

부산 서민의 '소울 푸드' 고등어구이. 부산에서는 고갈비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중앙포토]

여행기자는 ‘먹을 복’을 타고 난 직업이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제철마다 온갖 산해진미를 다 맛본다. 꽃게잡이 배를 타고 나가 바다에서 갓 잡은 게를 삶아 먹기도 하고, 12가지가 넘는 반찬이 차려지는 한정식이나, 유명 셰프가 만들어주는 정찬 요리를 맛보기도 한다. 하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식사는 의외로 소박한 것이다. 부산 감천동의 ‘감천 아지매 밥집(070-8818-4405)’이 딱 그렇다.

'한국의 마추픽추'라는 별명을 가진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중앙포토]

'한국의 마추픽추'라는 별명을 가진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중앙포토]

감천동은 지난했던 달동네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거듭나 요새는 감천문화마을로 불리는 여행지다. 알록달록한 집이 언덕에 다닥다닥 붙어있어 드라마틱한 경관을 연출한다. 내·외국인 관광객이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터라 감천문화마을 곳곳에 식당이며 카페며 허기를 떼울 만한 식당이 제법 들어섰다. 여행객을 상대로 하는 식당이 아니라 감천동 주민이 즐겨 찾는 로컬 식당을 물색한다면 언덕 아래 감천2동 전통시장으로 향해야 한다. 부산 아지매 밥집이 있는 재래시장이다.
감천2동 전통시장은 5년 전 정비사업을 통해 깔끔한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천장에는 눈과 비를 막아주는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가게마다 외관 디자인을 통일했다. 시장엔 감천 아지매 밥집을 포함해 분식집⋅반찬가게⋅건어물판매점 등 50여개 점포가 장사를 하고 있다. 감천 아지매 밥집은 2014년 2월 문을 열었다. 감천동 토박이 6명이 모여 동네 환원사업의 일환으로 식당을 차린 것이다. “내가 요 감천동에서만 57년을 살았으예. 언니 동생덜이 모여서 오순도순 밥하고 반찬하고 찾아오는 손님들한테 대접하는 기라예.” 심남희 사장의 말이다.

부산 감천 '아지매 밥집' #7000원에 푸짐한 고등어구이 정식 #부산 아지매의 정갈한 밑반찬도 일품

냄새만 맡아도 군침 도는 고갈비. [중앙포토]

냄새만 맡아도 군침 도는 고갈비. [중앙포토]

감천 아지매 밥집에서는 부산 서민들의 ‘소울푸드’라 불리는 고등어를 주로 요리한다. 이틀에 한번 꼴로 부산공동어시장에 나가 고등어를 사온다. 배를 갈라 내장을 빼고 소금에 절여 두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바로 구워낸다. 주메뉴 ‘고등어구이’를 주문하면, 찬에 시락국(시래기 된장국의 부산 방언)과 김치비지찌개까지 딸려 나온다. 그리고 부산에서 특별히 ‘고갈비’라고 부르는 고등어구이까지 더해진다. 고등어 몸통 가시를 손으로 잡고 살을 발라 먹는 모습이 마치 갈비를 뜯는 것 같다 해서 고(등어)갈비다. 이쯤되면 1인분에 7000원짜리 식당에서 호강하는 기분이 든다. 어묵 무침⋅콩나물⋅감자조림 등 밑반찬도 하나같이 자극적이지 않고 정갈하다. “우리가 다 직접 만드는 반찬이라예. 특별한 거 엄꼬 기냥 집에서 가족들 먹이는 거 고대로제. 밥 모지라믄 말해요. 공짜로 리필해주니께. ”

감천 아지매 밥집 김치비지찌개. [중앙포토]

감천 아지매 밥집 김치비지찌개. [중앙포토]

감천 아지매 밥집에서는 미꾸라지없이 고등어로만 끓이는 ‘고등어추어탕’도 판다. 고등어를 손질해 살이 으스러질 정도로 푹 삶은 다음 뼈를 발라내고 숙주를 넣어서 텁텁하기보다 시원한 맛을 낸단다. 안타깝게도 기자가 방문했던 날에는 고등어추어탕을 팔지 않았다. 싱싱한 고등어로 끓여야 제 맛을 내기 때문에 장 본 당일에만 판매한다. 부산 사하구 옥천로75번길 17.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다음은 소개순서
10월1일: 화성 백년꽃게장
10월2일: 전북 군산 일풍식당
10월3일: 전남 담양 덕인관
10월4일: 강원도 속초 미시령 황태연가
10월5일: 충북 괴산 할머니네 맛식당
10월6일: 전북 익산 진미식당
10월7일: 강원도 강릉 서지초가뜰
10월8일: 전남 구례 부부식당
10월9일: 부산 감천아지매 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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