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운전 허용' 빗장 푼 사우디…글로벌 車업체, 마케팅 경쟁 '후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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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가 내년 6월 24일부터 그동안 금지됐던 여성 운전을 허용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차량업체들의 마케팅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은 여성 운전자 7명 선착순으로 자사의 SUV 차량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이벤트를 내건 프랑스의 르노 광고. [사진 르노]

사우디가 내년 6월 24일부터 그동안 금지됐던 여성 운전을 허용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차량업체들의 마케팅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은 여성 운전자 7명 선착순으로 자사의 SUV 차량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이벤트를 내건 프랑스의 르노 광고. [사진 르노]

세계 유일의 여성 운전 금지국가였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여성 운전을 허용함에 따라 시장선점을 위한 글로벌 차량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내년 6월 24일부터 사우디에서 여성 운전이 허용된다. 사우디는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율법을 가장 보수적으로, 사회 전 영역에 적용하는 국가다. 특히 여성 옷차림은 물론 모든 행동에 제약을 가해 대표적인 여성 인권 침해국가로 인식됐다. 여성 운전 금지 역시 관련 법이 없음에도, 여성에 운전면허증을 발급해주지 않는 방식으로 규제해왔다.

하지만 사회 개혁을 주장하는 모하메드 빈 살만 부왕세자가 정권 전면에 나서면서 보수적인 사우디 국가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성 운전 허용 역시 그 같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통과됐다.

이에 따라 사우디가 글로벌 차량 업체의 신흥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운전면허시험 응시자격이 있는 20세 이상 여성인구 숫자만 1000만명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자동차 업계로서 여성 운전 허용은 '가뭄에 단비'나 다름없다.

운전대에서 룸미러를 바라보는 사우디 여성의 이미지를 담은 미국 포드의 광고. [사진 포드]

운전대에서 룸미러를 바라보는 사우디 여성의 이미지를 담은 미국 포드의 광고. [사진 포드]

세계 유명 자동차업체들은 시장선점을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 공세를 취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는 프랑스 르노다.

르노 중동본부는 여성 운전 허용된 뒤 운전면허증을 전시장에 가져오는 7명에게 선착순으로 자사의 소형 SUV 차량인 '캡처'를 무료로 주는 이벤트를 내놨다.

르노 중동본부 관계자는 "캡처는 르노가 만든 첫 '성 평등 모델'"이라며 "설계 팀의 절반이 여성으로 구성돼 여성 친화적으로 제작됐다"고 소개했다.

미국의 포드 역시 여성은 전면에 내세운 광고를 선보이며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포드의 새 광고에는 운전석의 여성이 룸미러를 통해 뒷좌석을 바라보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면서 '운전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광고 카피를 달았다. 객체에서 주체로 거듭난 여성의 이미지를 상징한 것이다.

'이제 당신 차례' [사진 독일 폴크스바겐]

'이제 당신 차례' [사진 독일 폴크스바겐]

독일의 폴크스바겐 역시 운전대를 잡은 여성의 모습과 함께 '이제 당신 차례'라는 글귀를 달아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마케팅에 나섰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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