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일 경기도 평택시 39번 국도를 달리던 관광버스 앞으로 갑자기 철제 사다리가 날라왔다. 반대편에서 달리던 1톤 화물트럭에 실렸던 사다리가 떨어지면서 반대편 차선으로 튕겨 운전석 창문을 뚫고 들어간 것이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 없이 부상자만 나왔지만,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경찰조사 결과 화물차 운전자가 철제사다리를 제대로 묶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과적·적재불량 차량은 운전 중 쉽게 볼 수 있는 안전불감증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를 운전하면서 아찔한 상황을 겪은 기억은 누구나 한 번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은 이 순간에도 주변에 널려있다.
지난달 20일 경기도 죽전 부근의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오가는 화물트럭 대부분은 규정에 맞춰 화물을 안전하게 싣고 운행한다. 하지만 간혹 화물을 불안하게 싣고 달리는 적재불량 차량들이 굉음을 내며 달리고 있었다. 이날 오후 죽전휴게소 인근에서 한 화물트럭이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을 가득 싣고 달리고 있었다. (위 사진) 적재함에 실린 구조물은 한눈에 봐도 대강 묶여 있다. 이 차량 좌우 주변 차선으로는 일반 차량이 가까이 접근하지 않았다. 뒤쪽에서 바라본 트럭 모습에선 번호판조차 전혀 식별되지 않았다. 과적신고를 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도로교통법 39조에 의한 적재물 단속규칙은 '운전자가 화물이 떨어지지 아니하도록 덮개를 씌우거나 묶어 확실하게 고정될 수 있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 한다'라고만 정해졌다. 또 도로교통법 시행령에 따르면 화물자동차의 적재용량 길이는 자동차 길이의 10분의 1의 길이를 더한 길이, 높이는 지상으로부터 4미터이다. 이를 위반해 적발될 경우 운전자는 벌점 15점과 범칙금 5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과연 사진 속에 찍힌 경부고속도로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질주하던 화물차량들은 과적·적재 불량 차량으로 단속이 가능할까? (단속업무를 담당을 하는 한국도로공사와 경찰청 관계자에게 같은 사진을 보낸 후 답변을 받았다) 한국도로공사 이동단속반 관계자에 따르면 "콘크리트 구조물을 싣고 달리던 화물차량은 번호판이 식별되지 않고, 고박상태도 불량해 단속대상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하지만 같은 사진을 본 경찰청 교통안전담당자는 "사진만으론 판단하기 힘들다"며 "실제로 현장에서 차량을 직접 봐야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다"고 답했다.
결국 번호판조차 식별이 불가능해 시민들이 신고해도 경찰이나 이동단속반이 현장에서 직접 단속하기 전까지는 이 화물트럭은 언제든 도로 위를 우리 곁에서 달릴 수 있다.
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