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은 무슨 생각할까…깊어지는 바른정당 통합파의 고민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9일 난상토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바른정당의 의원총회는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지상욱 의원과 진수희 전 의원 등 등 당내 자강파들이 목소리를 높인 가운데 11월 13일 예정대로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결론을 모았다. 또한 이날 오후 유승민 의원은 29일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같은 흐름에 한층 힘을 실었다.

통합파는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자강파와 명분과 세대결을 벌였다.
제1차 충돌은 비대위원회 구성 때다. 지난달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실상 내정된 유승민 비대위원장 추대를 뒤집었다. 최고위원회의 직후 열린 의원만찬에 참석한 김무성 의원은 “유승민 사당화가 우려된다”며 반대했고, 분위기는 일순간 바뀌었다.

 바른정당 유승민(오른쪽)·지상욱 의원.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추진 논의에 반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정당 유승민(오른쪽)·지상욱 의원.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추진 논의에 반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바른정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비대위 구성을 취소하는 대신 11월 전당대회를 여는 것으로 합의했다. 통합파로서는 당장 임박한 ‘유승민 지도부’ 출범을 막았고, 자강파는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더 강한 ‘유승민 지도부’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양측 한 발씩 물러선 타협안이었지만 사실상 통합파의 반발이 수용된 셈이었다.

제2차 충돌은 지난달 27일 김영우 최고위원이 자유한국당 이철우 의원과 함께 3선 중진 만찬회동을 가지면서 불거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양측 통합파 의원들은 ‘보수우파 통합추진위원회’ 출범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양당 지도부에 보고한 뒤 10월 11일 제2차 모임을 갖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사실상 11월 전당대회를 무산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자강파 측은 격렬히 반발했고, 29일 의원총회에서 11월 전대 개최를 재확인했다. 1차 충돌 때와는 달리 자강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 셈이다.

이제 바른정당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은 다시 통합파로 향하고 있다.
김영우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냥 기다리면 누가 자강을 해주나. 보수 스스로 통합이 되고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 제대로 된 견제를 해야 될 것 아닌가”라며 통합 논의를 계속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오른쪽)과 김영우 최고위원. 보수통합을 위해 자유한국당과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오른쪽)과 김영우 최고위원. 보수통합을 위해 자유한국당과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비대위를 무산시켰던 때와 달리 김무성 의원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통합파 의원들에 따르면 김 의원이 ‘결심’은 굳혔지만 통합 방식에 대해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한다.
통합파의 한 의원은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보수가 합쳐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며 “당대당 형식의 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강파가 잔류하는 한 ‘당대당’ 형식은 실현될 수가 없다는 점에서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바른정당 내에서는 설령 통합파가 떠나더라도 유승민 의원 등 8~10명 가량의 의원들은 잔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 자신이 당대당 통합에 부정적이다.

이런 경우 김 의원이 10~12명의 의원과 함께 한국당에 가더라도 개별입당 형식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3일 의원 13명의 입당과 같은 방식이다. 또, 당시와 마찬가지로 비난하는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게 될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통합파에는 대개 지방선거가 열악한 상황에 놓인 의들이 많다”며 “이대로 지방선거를 치르면 필패라는 위기의식과 개별입당으로는 자칫 본전도 못 건진다는 고민의 딜레마에 빠진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건제 민심이 강해지면 보수 통합을 통해 제대로 견제하라는 여론의 압박도 커져, 통합파의 발걸음을 가볍게 할 수도 있다.

이때문에 추석에서 청취한 지역 민심이 바른정당의 앞날을 가르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파는 지역 민심이 ‘보수통합’에 힘을 실어준다면 이를 동력으로 삼아 연휴 직후부터 통합 움직임에 고삐를 조일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면 입장은 난처해진다. 일정이 코앞에 다가온데다 이미 의총에서 두 차례나 확인한 전당대회를 무산시킬만한 명분을 찾기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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