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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예능, 욕 먹거나 사랑 받거나…극과 극 반응,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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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싱글와이프'에 출연한 박명수 부인 [사진 SBS]

SBS '싱글와이프'에 출연한 박명수 부인 [사진 SBS]

연예인 가족 예능의 범람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TV 켠 시청자들의 심기가 불편한 요즘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미운 우리 새끼', '자기야 백년손님', '추블리네가 떴다', '싱글와이프',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등 현재 방송 중인 연예인 가족 예능은 그 이름을 다 열거하기도 벅찰 정도로 많다. 이러니 연예인 가족 얘기만 들어도 눈살부터 찌푸려지는 게 당연하다.

범람하는 가족예능, 모두가 욕 먹진 않아 #일상성 담아 공감 끌어내면 시청자도 인정 #방송 출연이 특혜로 비칠 때 시청자 반감 ↑ #"연예인 나오니 보라는 안일한 태도로는 실패"

그런데 분명히 말하자면, 단지 시청자들이 '가족예능'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프로그램을 외면하거나 욕하는 건 아니다. 가족예능 중에서도 유독 미움을 사는 프로그램이 있는 반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도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네 삶과 다르지 않다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은 유명인 부부와 연인들이 나와 그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찍은 영상을 스튜디오에서 함께 보는 관찰 예능 형식이 여느 연예인 가족 예능과 비슷하다. 지난 18일 이재명 성남시장 부부가 마지막으로 출연했다. 이재명 시장은 부인을 위해 집 공동명의를 해주려 하고, 서류를 준비해 부인의 생일 선물로 건넸다. 하지만 부인은 본인이 그토록 원했던 공동명의의 등기비용이 1400만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고 당황한다. MC를 맡고 있는 서장훈은 그런 이재명 시장 부인에게 "우선 에어컨, 가스레인지, TV부터 바꾸라"고 조언한다. 이들이 쓰고 있는 에어컨·가스레인지 등 전자제품들은 대부분 20년 이상 사용하고 있어 그간 수시로 고장 나는 모습이 방송되곤 했다.

SBS '동상이몽2'에 출연한 이재명 성남시장

SBS '동상이몽2'에 출연한 이재명 성남시장

그렇게 바라 왔던 집 공동명의임에도 비용 때문에 주저하고, 수시로 고장 나는 가전제품을 20년 이상 쓰고 있는 모습. ‘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삶도 우리네 삶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하고 느끼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이날 이재명 시장은 마지막 출연 소감을 말하며 "(시청자들에게) '정치인도 별 거 아니구나, 우리 사는 이웃이네'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한 것 같다. 실제 그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소 과격한 언행으로 극호감과 비호감으로 극명하게 지지층과 비토층이 갈렸던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번 방송을 통해 '명블리'란 별명을 얻으며 대중적 호감도를 높였다.

함께 출연하고 있는 추자현, 우효광 부부도 마찬가지다. 우효광 또한 시청자들로부터 '우블리'란 애칭을 얻었다. 한 30대 애청자(30)는 "추자현 부부는 사실 일반인들보다 돈이 엄청나게 많지만 그들이 사는 모습에 위화감이 들지 않았다. 추자현이 남편 살찐다고 밥그릇을 뺐는데 우효광이 애교 부리면서 더 먹으려고 하는 등 모습들이 우리 부부와 닮은 부분이 있어 재밌게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SBS '동상이몽2 - 너는 내 운명'에 출연한 배우 추자현의 남편 우효광 [사진 SBS]

SBS '동상이몽2 - 너는 내 운명'에 출연한 배우 추자현의 남편 우효광 [사진 SBS]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는 "동상이몽 시즌2는 현실의 부부 풍속도를 담는 등 일상성과 재미를 곁들여 보여주고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SBS '자기야 백년손님'의 경우에도 예전과 달리 변하고 있는 장모와 사위의 관계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편안하게 보여주면서 중장년층 시청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야 백년손님'은 2009년 6월 첫 방송해 현재까지 방송되고 있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슈돌)'에 대한 호감도 변화는 '가족 예능이 성공하려면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어야 한다'는 점을 무엇보다 잘 보여준다. 2013년 11월 첫 방송한 '슈돌'은 유명인인 아빠가 나와 육아를 전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초기 '슈돌'은, 먼저 시작한 MBC '아빠! 어디가?'와 함께 '남성 육아'라는 남녀 역할 변화상을 제시했고, 특히 독박 육아의 어려움 등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슈돌'은 일상 육아에서 벗어나 프로그램에 들어온 '협찬'과 'PPL'을 소개하고 체험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적지 않은 비판을 받고 있다. 사실상 시청자들의 공감보다는 출연 중인 아이들의 귀여움만으로 프로그램의 동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9일 '슈돌'은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디시인사이드 조사에서 '보기 불편한 스타 가족 예능 프로그램' 1위로 선정됐다.(총 7385표 중 1866표, 25%)

#세습 논란, 가족예능 덮치다

가족 예능이 연예인 특혜로 비칠 경우 시청자들의 반감은 더욱 커진다. 대표적인 게 방송인을 꿈꾸는 자녀가 부모 연예인과 함께 방송에 출연하는 경우다. 지난 2일 끝난 뒤 추후 시즌2를 방송할 예정인 tvN '둥지탈출'은 시작하기도 전에 '금수저들의 가난 체험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둥지탈출'은 방송인 강주은, 박상원, 이종원, 박미선, 김혜선의 자녀들이 오지를 여행하고, 이를 스튜디오에서 부모들이 지켜보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강주은과 최민수 부부의 아들은 배우 지망생이며, 최민수가 주연이었던 MBC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 최민수의 아역을 연기하기도 했다.

'둥지탈출' 제작진은 세습 논란에 대해 "금수저 같은 연예인 자녀들이 방송에 데뷔하기 위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며 해명했지만 관련 기사마다 '돈 주고도 못할 경험을 부모 잘 만나 공짜로 하고 있다'는 류의 비판적인 의견이 이어졌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사회 전체적으로 기회의 박탈 내지는 불평등에 대한 반감이 높다"며 "가족예능도 이처럼 비쳐지면 어떤 내용을 담더라도 일단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판 받는 가족예능 관련 기사

그렇다면 공감도 끌어내지 못하고, 특혜논란까지 받을 경우 대중의 반응은 어떨까. SBS '싱글와이프'는 이를 잘 보여준다. '싱글와이프'는 남자 연예인의 부인이 한 달에 한 번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즐기고, 이를 남편들이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며 토크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싱글와이프'에 대한 비판은 박명수 부부가 출연하자 절정에 달했다. 피부과 의원 원장인 박명수의 아내는 '싱글와이프' 출연에 앞서 MBC '무한도전'을 통해 "방송에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실제 '싱글와이프' 출연으로 이어졌는데 이는 대중들에게 박명수에 의한 특혜 방송으로 비치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온라인상에선 박명수 부인이 소유한 건물의 시세까지 거론되며 "그 정도 벌었으면 됐지 얼마나 더 벌려고 방송에 나오느냐"는 비판까지 받아야 했다. 또한 독박육아의 어려움 등 일반 주부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고충보다는 박명수의 부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얘기하는 부분이 강조되면서 "그렇게 힘들다면서 왜 또 방송에 나왔느냐", "배부른 소리 한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싱글와이프 관련 기사에 달린 비판 [사진 네이버]

싱글와이프 관련 기사에 달린 비판 [사진 네이버]

#메시지 없는 가족예능은 그만!

배국남 평론가는 "가족예능 제작진이 대부분 대중의 일회성 관심만 촉발시키는 연예인 가족들 출연에만 초점을 맞춰 시청률을 올리려고 한다"며 "진정성과 공감도를 높이면서도 포맷의 독창성과 참신함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희정 TV평론가는 "연예인 가족 예능은 쉽게 만날 수 없는 연예인의 가족들을 본다는 면에서 예능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어떤 메시지를 전해줄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저 연예인 가족이 나왔으니 보라고 하는 태도로는 안 된다. 솔직함과 소재의 차별화를 바탕으로 '무엇을', 그리고 '왜'에 대한 답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예인 가족예능, 언제부터?

아빠어디가

아빠어디가

연예인 가족의 TV 출연은 가족예능이 범람하기 이전에도 간간이 있어왔다. 다만 추석이나 설 등 명절 특집 프로그램의 가족 노래 경연 프로그램이나 아침 토크 프로그램 등이 주 무대였다. 사적 영역으로 취급되던 연예인 가족들의 방송 출연은 연예인 마케팅 시장에서 '신비주의' 전략보다 편안함과 자연스러운 모습을 노출하는 전략이 먹히기 시작하자 확대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시작은 2014년 시작된 MBC '아빠! 어디가?'다. 아빠의 육아라는 가사 역할의 변화상을 제시하면서, 스타들의 자녀까지 공개해 시청자의 호응을 끌어냈다. 이후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오! 마이 베이비' 등 비슷한 류의 육아 예능프로그램이 줄을 이었다. 이같은 흐름은 현재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연예인 부부, 연예인 부모, 성인이 된 연예인 자녀 등 출연 대상은 더욱 넓어지고, 프로그램 자체도 양적으로 급격히 늘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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