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원 우승 잭팟'...KPGA 제네시스 챔피언십 정상 오른 김승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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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KPGA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도중 활짝 웃는 김승혁. [사진 KPGA]

24일 KPGA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도중 활짝 웃는 김승혁. [사진 KPGA]

 김승혁(31)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잭팟'을 터뜨렸다. '와이어 투 와이어(대회 처음부터 최종까지 내내 선두를 지킨 것)'로 우승에 성공했다.

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내내 선두...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총 6억3000만원...우승 상금 덕에 단숨에 KPGA 상금 랭킹 선두 #결혼 후 딸까지... 올 시즌 2승 거두며 "아기의 힘 때문에..." 소감

김승혁은 24일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 KPGA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합계 18언더파로 우승했다. 1~4라운드 내내 선두에서 내려오지 않았고, 공동 2위에 오른 강경남(남해건설), 조민규, 재미동포 한승수(이상 10언더파)와는 8타 차가 났던 압도적인 우승이었다. 지난 6월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이후 3개월여 만에 시즌 2승을 거둔 김승혁은 코리안투어 사상 가장 많은 우승 상금 3억원을 받고, 단숨에 KPGA 상금 랭킹 선두(6억3177만9810원)로 올라섰다. 또 이번 우승으로 다음달 제주에서 열릴 CJ컵과 내년 미국서 개최하는 제네시스 오픈 등 PGA 투어 2개 대회 출전권까지 함께 확보했다.

24일 열린 KPGA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퍼팅 라인을 읽는 김승혁. [사진 KPGA]

24일 열린 KPGA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퍼팅 라인을 읽는 김승혁. [사진 KPGA]

최근 2년동안 톱10에 단 한번만 들 정도로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던 김승혁은 올 시즌 2승을 거두면서 2014년 KPGA 대상 못지 않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결혼한 뒤, 최근엔 딸도 생겨 한층 더 안정적으로 변했다.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을 확정한 뒤 김승혁은 "아기의 힘 때문에 우승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다음은 김승혁과 일문일답.

24일 열린 KPGA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티샷을 날리는 김승혁. [사진 KPGA]

24일 열린 KPGA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티샷을 날리는 김승혁. [사진 KPGA]

우승 소감은.

"제 생애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다. 첫날부터 계속 마지막날까지 선두 자리를 지킨다는 게 쉽지 않았다. 압박감도 많았다. 그래도 이번에 좋은 샷과 퍼팅 능력으로 좋은 경기를 펼쳤다."

8타차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했다. 역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였나. 아니면 두자릿수 타수 차를 의식했나.

"8타 차는 뒤집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초반에 기선 제압을 안 한다면 내가 쫓기는 입장이 될 거라 생각했다. 오버파를 쳤다면 심리적으로 무너질 수 있었다. 그래서 전반 9개 홀이 중요했다. 전반에 8타만 유지된다면 후반엔 뒤집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언샷이 좋았다. 이전과는 어떻게 달랐나.

"지난 주 경기에는 샷이 잘 안 됐다. 그래서 코치님과 시합 전에 연습하면서 변화를 조금 줬다. 그게 이번 대회에 아이언샷이 잘 된 걸로 연결됐다. 내가 생각해도 예술적으로 아이언샷이 잘 됐다. 핀 위치가 어려워도 홀에 붙이는 걸 지나고 생각해보면 '어떻게 저길 붙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언샷은 거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최고 중의 최고)'였다."

딸을 위한 세리머니를 준비하겠다고 했는데. 

"준비도 못 했고요. '와이어 투 와이어'였다 보니까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내 플레이만 생각했다. 다른 외적인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한타 한타 집중하다보니까 마지막에 기억도 안 났다."

와이어 투 와이어로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아기의 힘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런 압박감을 느끼면서 와이프가 휴대전화로 아기 사진과 영상을 보내주더라. 긴장도 풀면서 흐뭇한 미소도 짓게 됐다. 제 식구니까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이번 시합 때 강한 마음을 먹었다. (아이가 준 선물인가.) 아이도 저한테 주고, 나도 아이한테 줬다고 생각한다. 반반씩 준 것 같아요. 아내와는 오늘 아침에도 통화했다. '잘 하고 오라'고 얘기하더라. 딸 이름은 오늘 가서 내일 정하려고 한다."

긴장하고 나갔는데, 최종 라운드 첫 홀에서 버디를 기록했다.

"세컨드 샷 자리가 좋지 않았다.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냥 근처에 갔다 붙여야지 했는데, 핀으로 갔다. 감사했다. 기선 제압을 하고 가려고 했는데, 상대 선수들에게 보여주기식으로 갔다. 거기서 한 수 먹고 들어갔던 것 같다. (마지막 파 퍼트는 놓쳤는데.) 마지막에 넣고, 멋있게 세리머니를 하려고 생각하다가 긴장하다 보니까 손이 굳더라. 최종 라운드에서 1언더파를 치겠다고 했는데 그 결과에 만족한다."

김승혁. [사진 KPGA]

김승혁. [사진 KPGA]

앞으로의 계획은 없는가.

"일본 투어도 병행하면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14년에 한국에서 2승 하고, 일본에서 1승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그렇게 하고 싶다. 아직까지는 부족한 점이 많다. 기술적인 것도 필요하지만 좀 더 내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려면 비거리도 늘려야 한다. 노승열 프로와 함께 경기를 했는데 아이언샷이 거리가 많이 나가니까 치는 게 쉬워보이더라. 저래야 미국 가서 통할 수 있구나 하고 느꼈다. 그런 부분에서 노력해야 할 것 같다."

PGA 투어 두 개 대회 출전권을 얻었다.

"CJ컵이 열릴 제주 나인브릿지 코스가 길어졌다고 들었다. 지금 당장 비거리를 늘릴 순 없다. 아이언샷을 좀 더 정확하게 친다면 CJ컵에서 미국 선수들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거리가 안 되면 다른 정확성이나 퍼팅에서 시합 전까지 갈고 닦겠다."

인천=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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