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왕치산 내달 당 대회서 퇴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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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중앙포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중앙포토]

왕치산(王岐山) 중국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10월 18일 열리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퇴임하기로 확정됐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기율위 관계자를 인용해 “왕 서기의 기율위 서기 퇴임이 결정됐으며 공산당 최고 지도부에서도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아사히 “최고 지도부서도 물러날듯” #왕 서기 일가 비리 잇따라 폭로돼 #유임 원한 시진핑, 당 반발에 막혀

아사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왕 서기를 유임할 의향이었으나 당 내의 반발에 부딪혀 인사 구상을 관철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국에 도피 중인 중국인 부호 궈원구이(郭文貴)가 연일 왕 서기 일가의 비리를 폭로한 것이 왕 서기의 퇴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비리로 숱한 이들을 내쳤던 왕 서기가 비리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아사히는 “시 주석이 그동안 권력기반을 착실히 다져 왔으나 왕치산 처우를 놓고 공공연히 드러난 당내 반발을 고려해 앞으로는 정국을 신중하게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왕 서기는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7명 중 한 명으로, 시 주석의 오른팔 격이다. 2012년 시 주석이 취임한 이래 역사상 유례없는 강도로 진행중인 반부패 드라이브를 진두지휘하며 지난 5년간 시진핑 체제를 떠받쳤다. 특히 왕 서기는 시진핑의 최대 정적이었던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법위 서기를 비롯해 쉬차이허우(徐才厚)·궈보슝(郭伯雄)·링지화(令計劃) 등 공산당의 거물들을 숙청하는데 앞장섰다. 당 내 서열은 6위지만 ‘저승사자’로 불리며 사실상 시 주석 다음 가는 실력자로 꼽힌 이유다.

정년 관련 불문율인 ‘칠상팔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 이상은 은퇴한다)’에 따르면 올해 69세인 그는 19차 당대회를 끝으로 물러나야 하지만,시 주석이 유임을 강력히 원한다는 관측이 유력했다. 지난 18일 홍콩 명보는 그가 물러날 경우 시 주석의 또 다른 핵심 측근인 리잔수(栗戰書·66) 주임이 그 뒤를 이을 것이라는 관측을 소개했다.

그러나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싱크탱크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20일 『강한 지도자, 어려운 결정-중국 당 대회가 경제 정책에 끼치는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왕 서기는 유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정반대의 전망을 내놓았다. 보고서는 또 “시 주석이 관례를 깨고 2022년 20대에서 승계할 후계자를 지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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