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성난 황소’ 실제 복서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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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배우 로버트 드니로(왼쪽)와 제이크 라모타.

배우 로버트 드니로(왼쪽)와 제이크 라모타.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한 영화 ‘성난 황소(Raging Bull)’의 실제 주인공인 복서 제이크 라모타가 20일(현지시간) 별세했다. 95세.

미국 연예매체 TMZ에 따르면 그는 이날 요양시설에서 폐렴으로 사망했다. 그의 아내는 "라모타는 위대했고 강했으며, 유머를 지닌 다정한 사람이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1920년 뉴욕 브롱크스의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건강 탓에 미군 입대가 거부된 뒤 복싱을 시작했다. 최고의 펀치를 날리기 위해 상대 선수의 타격을 뚫고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경기 스타일로 ‘브롱크스의 황소’라는 별명을 얻었다. 1941년~54년 106전 83승(30KO) 19패 4무라는 전적을 기록하며 미들급 세계 챔피언을 지냈다.

특히 43년에는 링의 전설로 불리는 슈거 레이 로빈슨에게 첫 패배를 안겨줬다.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의 51년 경기가 마틴 스코세지 감독에게 ‘성난 황소’를 찍는 영감을 줬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13회 TKO로 패배한 라모타는 앞을 볼 수 없을 만큼 퉁퉁 부은 눈두덩을 하고 집요하게 파고들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은퇴 후엔 몇몇 영화에 출연하고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도 활동했다. 미성년자에게 남성을 소개한 혐의로 옥살이를 하고, 승부조작 스캔들에 휘말리는 등 은퇴 후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스코세지 감독은 라모타의 이런 파란만장 일대기를 그려 ‘성난 황소’라는 최고 걸작을 만들어냈다. 극중에서 ‘제이크 라모타’를 연기한 배우 로버트 드니로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당시 라모타는 약 1년간 직접 드니로를 훈련시켰다. 드니로는 미 언론을 통해 “챔피언이여, 편히 잠드소서”라고 애도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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