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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스트리트저널] 21. 코스트코는 정말 싼 걸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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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모이는 기술』이라는 책의 저자 마쓰자키 노리코(松崎のり子)는 자신을 ‘절약 애호가’라고 부릅니다. 절약을 ‘창의력’이라고 규정하고, 어떻게 하면 돈을 아낄 수 있는지 끊임없이 연구하며 20년 넘게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절약의 여왕' 코스트코 물건값 들여다봤더니

돈을 아끼는 것도 아끼는 거지만, 어디에 할인 매장이 생겼다고 하면 굳이 또 거길 가서 정가보다 얼마나 싸게 파는지 확인합니다. 지방 소도시에 갈 기회가 생기면 그 곳 마트에서는 물건값이 도쿄보다 얼마나 싼지 살펴봅니다.

이런 그가 최근 미국발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COSTCO)를 들여다 봤습니다. 마침 지난 1일 일본 중부 하마마쓰(濱松)에 일본내 26번째 코스트코가 생겼는데요.

멤버십 기반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

멤버십 기반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

사실 1999년 코스트코가 일본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코스트코의 대량 구매 방식이 일본인의 소비 스타일에 맞을까 의구심을 가졌었죠. 그런데 지금은 연회비 4400엔(약 4만5000원; 세금 제외)에도 불구하고 주말마다 엄청 혼잡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쓰자키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코스트코가 정말 싼가? 할인매장이라지만 저렇게 엄청나게들 사대는데 할인 효과가 나나?

결론부터 말하면 마쓰자키는 코스트코가 물건값이 싸다기보다 거기서 얻는 경험 때문에 사람들이 몰려든다고 주장하는데요.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 구조가 흥미롭습니다.

'절약 애호가' 마쓰자키 노리코

'절약 애호가' 마쓰자키 노리코

우선 대량 구매하는 게 상대적으로 싸다고 해도, 낱개로 살 때보다 정확히 얼마나 싼 건지 소비자 입장에서 선뜻 감이 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파스타 5㎏들이가 2만원이라고 하면 이게 싼 건지 비싼 건지 바로 느낌이 오시나요? 동네 수퍼에서 500g들이 파스타 한 봉지가 1000원 이상이라면 대량 구매 쪽이 낫다고 볼 수 있겠지만, 장 보러 가서 이렇게 암산이 팍팍 되나요?

둘째, 싸다는 생각 때문에 일단 구매하고 보는, 적정량보다 더 많이 사는 경향이 생긴다는 겁니다. 한 봉지에 50개씩 들어있는 만두를 샀다가 다 못 먹어서 낭패였던 경험, 있으실 겁니다.

또 이건 일본인 특유의 사고방식일 수도 있는데, 한번에 이렇게 많이 사놓으면 낭비가 심해진다는 겁니다. 두루마리 화장지 30개 묶음을 사서 쌓아놓으면 한 칸 한 칸 아껴 쓸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는 거죠.

일본 코스트코 매장 전경

일본 코스트코 매장 전경

마지막으로 대량 구매를 하면 일단 지불하는 총 금액이 크기 때문에, 계획적으로 돈 관리하기가 어려워진다고도 주장합니다. 코스트코에서 사온 것들이 한 달 안에 소진될지, 수개월 어치인지, 내가 한 달에 얼마를 쓰고 얼마를 절약하려고 하는지, 계산이 흐트러진다는 거죠.

마쓰자키의 주장을 종합하면 ‘대량 구매를 통한 할인은 경제관념을 둔감하게 해서 결국 낭비가 되기 쉽고 절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굳이 코스트코에 간다면 ^가격을 정확히 아는, 늘 즐겨쓰는 식재료나 상품만 사고 ^추가 할인을 하는 이벤트 상품만 사라고 권장하네요.

마쓰자키는 코스트코와 비교해 보려고 ‘교무 슈퍼’‘니쿠노 하나마사’ 같은 대용량 식재료를 취급하는 일본 토종 마트에도 가봤습니다. 밀가루나 냉동식품을 큰 포대자루에 넣어 팔고, 육류도 1kg 전후의 백에 담아 파는 등 판매방식이 크게 다를 건 없었습니다. 오히려 단가로 보면 코스트코보다 싼 상품도 꽤 있었습니다. 게다가 연회비도 없으니..

 할인 매장에 가면 가격을 정확히 알고 늘 즐겨쓰는 상품, 추가 할인을 하는 이벤트 상품만 사라 

하지만 이런 토종 마트는 외형적으로 일반 수퍼와 다를 게 없었습니다. 처음 가보는 사람이라면 그 압도적인 규모에 제압당하는 코스트코만의 어떤 ‘맛’, 특별한 ‘경험’이 없었다는 겁니다. 마쓰자키는 코스트코를 거대한 불상(佛像)에 비교합니다. “코스트코가 큰 불상이라고 하면 연회비는 관람료라고나 할까.”

일본 가마쿠라(鎌倉)에 있는 거대 불상

일본 가마쿠라(鎌倉)에 있는 거대 불상

단지 돈이 얼마드는지가 아니라 내게 어떤 경험을 주는지를 따지는 요즘 세대에 코스트코도 어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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