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뒤처진 한국, 배터리 기술은 세계적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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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동차의 보급 속도를 좌우하는 것 중의 하나는 배터리 기술이다.
한 번 충전으로 더 긴 거리를 달리는 것을 포함해 전기차를 사용할 때 가솔린ㆍ디젤차보다 경제적이라는 실질적 혜택을 소비자가 느껴야한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배터리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하락하면서 8년 안에 전기차가 화석연료 차량과 유지비용이 같아지는 ‘패리티(Parity)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2010년 KW당 평균 1000달러에 달하던 배터리 가격은 2025년 109달러, 2030년 73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배터리 가격은 전기차 값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지만, 2030년에는 지금의 77%수준으로 낮아진다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셀(Cell), 모듈(Module), 팩(Pack)으로 구성된다. 많은 배터리 셀을 모듈과 팩이라는 형태를 거쳐 전기차에 탑재한다. 배터리 셀을 여러 개 묶어서 모듈을, 또다시 모듈을 여러 개 묶어서 팩을 만든다. 이 팩의 형태로 전기차에 실린다. BMW i3의 경우 배터리 셀이 총 96개로 셀 12개를 하나의 모듈로 묶고, 8개의 모듈을 묶어 하나의 팩 형태로 탑재된다. 셀이 얼마나 우수하느냐에 따라 한 번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가 달라진다. 모듈은 셀이 외부 충격에 반응하지 않도록 안정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팩은 배터리관리시스템, 냉각시스템 등을 장착한다.

LG화학, 삼성SDI에 이어 SK이노베이션도 기술 경쟁 합류 # GM, 폴크스바겐, BMW 등 글로벌 브랜드에 배터리 납품 # 블룸버그 “8년 안에 전기차 유지비용 화석연료차와 같아져” # #

전기차 배터리 구성.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구성. [삼성SDI]

이런 배터리 분야에서 국내 업체 중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 1∼7월 일본 파나소닉이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의 24.9%를 차지하며 1위에 랭크돼 있다. 그 뒤를 LG화학(11.7%)이 잇고 있다 삼성 SDI는 6.1%로 5위를 차지했다. LG화학의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0.7%, 삼성SDI는 89.1% 증가했다.

LG화학은 GM ‘볼트 EV’,르노의 ‘트위지’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SDI는 폴크스바겐 ‘e골프’, BMW ‘i3’ 등의 배터리를 생산한다. SK이노베이션은 벤츠와 배터리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세계 최초로 1회 충전 시 450㎞를 달릴 수 있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양산에 들어간다고 최근 발표했다. 세계 최초의 중대형 NCM811(니켈 코발트 망간 비율이 8 대 1 대 1)로 올 12월부터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내년 3분기부터 전기차 배터리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배터리보다 니켈 함유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이 배터리를 적용하면 지금까지 개발된 전기차 배터리보다 주행거리가 100㎞가량 늘어난다. 배터리는 니켈 함량을 높일수록 효율은 좋아지지만 안정성이 떨어져 폭발 위험이 커진다. 이 때문에 그 동안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소형 NCM811이 상품화됐지만 중대형은 만들지 못했다. LG화학도 SK이노베이션보다 먼저 이 배터리를 양산해 전기차에 적용하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삼성SDI의 경우 올해 초 전기차 배터리 모듈 플랫폼인 ‘확장형 모듈’을 공개했다. 기존 전기차용 배터리 모듈 1개에는 통상 12개 내외의 셀이 들어가고 용량이 2~3kWh 수준이지만 새로운 모듈은 24개 이상의 셀을 넣을 수 있다. 이 모듈 20개로 구성된 팩을 장착하면 한 번 충전으로 600~700㎞ 주행이 가능하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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