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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상황 벌어지는 가상공간에서 아이처럼 지능 키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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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호 21면

[IT는 지금] 게임 속 AI

인공지능이 적용된 심즈 게임은 플레이어가 자동으로 움직인다. [사진 오리진]

인공지능이 적용된 심즈 게임은 플레이어가 자동으로 움직인다. [사진 오리진]

인공지능(AI) 바람이 거세다. 자동차·보안·의료·금융뿐 아니라 게임 분야에서도 AI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플레이어 조작에 따라서 게임 시스템은 상황에 반응해야 한다. 이때 AI 요소가 적용돼 있으면 다양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이는 플레이어가 더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한다. 게임 업계에서 AI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까닭이다. AI를 적용한 대표 게임으로 ‘심즈(Sims)’가 있다. 심즈는 게임회사 EA 가 개발했다. 플레이어는 게임 속의 가정을 선택해서 꾸려 나간다. 일상생활을 게임 속으로 구현해 나가는 셈이다. 예를 들어서 배고플 때는 요리해서 식사할 수 있고, 밤이 되면 잠을 자야 한다.

알파고는 바둑 100만 번 두며 #지능 키워 천재 이세돌 이겨 #페이스북 토치는 게임 하며 #복잡한 물리법칙 터득해 #게임 속 상황이 복잡할수록 #AI 또한 업그레이드 #가상세계선 제약도 적어 #인공지능 키우는 데 최적

플레이어가 심즈에서 캐릭터를 직접 조정하기도 하지만 캐릭터가 자동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용변이 급할 때는 화장실을 알아서 가거나 연인을 만났을 때는 자동적으로 키스를 하는 식이다. 이러한 행동은 캐릭터의 경험과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AI가 적용돼 있기 때문이다. 남성스러운 여자는 연애를 쉽게 못하는 반면, 감성이 풍부한 남성은 쉽게 연애를 하기도 한다. 아울러 성격이 맞지 않더라도, 좋은 추억이 쌓이면 연인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AI 덕에 플레이어는 캐릭터의 다양한 반응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NC·넷마블, AI기반 게임 연구

스타크래프트에 도전장을 낸 딥마인드. [사진 플리커]

스타크래프트에 도전장을 낸 딥마인드. [사진 플리커]

국내에서도 AI를 적용한 게임을 연구하고 있다. 국내 게임 업계 선두인 엔씨소프트는 AI 엔진 구현을 위해서 AI 연구소를 설립했다. 첫 결과가 나왔다. 2016년 1월에 엔씨소프트는 ‘블러드앤소울’ 게임에 무한의 탑을 추가했다. 블러드앤소울은 2012년에 출시된 MMORPG(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게임이다. 무한의 탑은 1:1 대결 방식으로 이뤄졌다. 플레이어는 단계별로 컴퓨터인 NPC (Non-Player Character)와 싸워서 이겨야 한다. NPC는 AI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도 하다. 이전 NPC는 전투할 때 방식이 정해져 있다. 전투 방식만 익히면 쉽게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AI 기반의 NPC는 전투패턴이 정해지지 않았다. 이기기 위한 공식이 따로 없다. 순수 실력으로 이겨야 한다. 난이도가 높아진 셈이다. 대신 전투패턴이 다양해 플레이어는 더욱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엔씨소프트 외에도 넷마블도 AI 기반 게임 엔진을 연구 중이다. 콜럼버스라 불리는 프로젝트다. AI 기반의 게임 서비스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넷마블은 엔씨소프트와 달리 AI 엔진을 NPC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도움말에 활용할 전망이다. 넷마블의 AI 엔진은 플레이어의 게임 조작 습관을 분석한다. 플레이어가 게임 속 임무 수행에 실패했을 때 AI 엔진이 임무완수를 돕는다.

그런데 게임에 AI에 적용하는 것 말고도 게임을 활용해 AI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게임으로 AI를 고도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딥마인드는 바둑보다 더 어려운 스타크래프트 2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5년 2월 딥마인드는 과학 전문 학술지인 네이처에 게임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는 AI를 소개하였다. 참고로 딥마인드는 구글이 인수한 자회사이다. 딥마인드는 이러한 AI를 DQN(Deep-Q Network)이라고 불렀다. DQN은 미국 회사인 아타리가 개발한 고전 게임을 스스로 학습해서 플레이한다. 일부 게임에서 전문 게임 플레이어보다 더 우수한 성적을 보여줘 DQN 개발자마저 놀라기도 했다.

테슬라는 완전 자율주행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S3모델 이상에 탑재했다. [사진 위키피디아]

테슬라는 완전 자율주행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S3모델 이상에 탑재했다. [사진 위키피디아]

한 해 정도 뒤인 지난해 3월에는 알파고가 개발돼 세계가 놀랐다. 이전까지 바둑은 AI가 범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그런데 알파고가 바둑 천재 이세돌을 4:1로 이겼다. 이제 알파고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2에 도전장을 내밀 태세다. 이달 9일에 스타크래프트 개발사인 블리자드는 딥마인드에 스타크래프트2를 학습할 수 있는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API는 응용 프로그램 간에 호환할 수 있게 지원하는 형식을 일컫는 말이다. 이처럼 딥마인드는 게임 분야에 계속 적용해서 AI 수준을 강화할 전망이다.

딥마인드 창립자 게임에 큰 관심

게임계의 레고로 통하는 마인크래프트. [사진 픽사베이]

게임계의 레고로 통하는 마인크래프트. [사진 픽사베이]

딥마인드가 계속해서 게임 분야에 AI를 적용하는 것은 딥마인드 창립자인 데미스 하사비스가 게임에 관심이 많아서일수도 있다. 하사비스는 AI 전문가로도 유명하지만 딥마인드 설립 이전에는 게임 개발자였다. 그는 1998년 라이온헤드스튜디오라는 게임 개발회사를 세웠다. 2001년에는 AI를 적용한 블랙앤화이트(Black and White)란 게임을 내놓았다. 블랙앤화이트에서 플레이어는 신이 되어 마을을 다스린다. 이때 ‘크리처’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마을에서 숭배하는 동물이다. 플레이어는 심즈의 캐릭터처럼 크리처를 육성하고 조정할 수 있다. 크리처는 플레이어에 의해서 동작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스스로 행동하기도 한다. 하사비스의 공식 첫 작품이 블랙앤화이트라는 것을 고려하면 DQN과 알파고의 출발점은 블랙앤화이트라고 해도 될 듯하다.

하사비스가 게임에 관심이 많다고 해서 딥마인드가 게임에만 AI를 적용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딥마인드뿐만 아니라 IBM이 개발한 AI 왓슨도 체스게임에서 시작해 발전해서다. 왓슨은 1997년 체스 세계 챔피언을 이긴 딥블루(Deep Blue)를 기반으로 발전했다.  왓슨과 딥마인드가 게임에 계속 집중하는 이유가 있다. AI는 다양한 상황에서 행동해야 하는 방법을 게임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이 AI를 높여 주고 있다는 얘기다.

AI는 ‘인공적으로 지능을 시스템에 부여해서 특정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여기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식공학’이고 다른 하나는 ‘기계학습’이다. 지식공학은 특정 규칙을 주고 시스템이 규칙에 맞게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공식을 주고 원인 혹은 결과를 찾게 한다. 이때 규칙이 주어져 있어 행동이 고정적이다. 단순 작업에만 적합하다.

반면, 기계학습엔 규칙이 따로 없다. 원인과 결과만 주어질 뿐이다. 규칙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원인과 결과에 따라서 규칙은 스스로 변동될 수 있다. 복잡한 업무에 적합하다. 한마디로 AI 수준은 기계학습에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기계학습은 AI가 다양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사람처럼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으면, 자율주행과 같은 여러 복잡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다.

게임은 AI의 기계학습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게임이란 가상공간에선 현실만큼 다양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개발자는 게임 복잡도에 맞춰서 AI 수준을 향상해 나갈 수 있다. AI를 가상 환경에 적용해 보고, 반응을 보고 지능을 높여 나간다. 가상공간이기 때문에 AI 판단 오류로 게임 속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현실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 바로 딥마인드가 게임을 활용하는 이유다. 처음에는 게임 복잡도가 낮은 수준에서 AI를 개발하였다. 상황이 복잡해지자 자연스럽게 알파고 지능 수준을 높여 나갔다. 처음에는 체스와 같은 단순 게임에 적용했다면 점차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상황이 복잡한 게임에 적용하는 식이다.

‘아이는 놀이하면서 배운다’라는 말이 있다. AI도 게임 속의 놀이로 자신의 판단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알파고가 바둑 100만 번 두고 경험을 축적한 것처럼 말이다. 지난해 3월 페이스북은 AI 토치(Torch)를 언리얼(Unreal)에 적용한 UE토치를 발표했다. 언리얼은 에픽게임즈가 개발한 물리 엔진이다. 현실 속의 물리법칙을 게임에 적용할 때 사용된다. 페이스북이 토치에 언리얼을 적용한 까닭은 바로 토치의 학습을 위해서다. 토치는 언리얼을 기반으로 게임 속에서 자유롭게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물리법칙을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자율주행차 눈 개발한 엔비디아

올 3월에 마이크로소프트(MS)는 AI 학습 툴인 ‘프로젝트 AIx’를 공개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응용한 것이다. 등산·요리·건설 등과 같은 현실 활동이 마인크래프트로 구현되었다. AI가 프로젝트 AIx에 활동을 수행하면서 현실 세계와 같은 활동을 게임으로 학습할 수 있게 된다.

게임을 AI 학습활동의 장으로 쓰는 이유는 간명하다. 가상 세계여서다. 이 공간에선 제약조건 없이 다양한 활동으로 AI를 학습시킬 수 있다. 지난해 10월 미 전기자동차 회사인 테슬라는 S3 모델 이상에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하드웨어를 탑재하겠다고 선언했다. 완전 자율주행을 현실화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테슬라의 의지 배경엔 바로 엔비디아(NVIDIA)의 PX-2가 있다. 엔비디아는 게임의 그래픽을 처리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곳이다. 그래픽 처리 기술 기반으로 자율주행 자동차 전용의 PX-2를 개발했다. PX-2는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눈과 같다. 사람·차선·장애물을 인식해 차가 충돌 없이 달릴 수 있도록 한다. 테슬라 뿐만 아니라 아우디·BMW 등 글로벌 자동차에서 개발하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도 엔비디아의 PX-2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덕분에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 시기를 크게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게임 덕분에 AI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AI 산업에서는 게임이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닌 셈이다.

유성민 IT칼럼니스트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및 보안솔루션 전문가. 전기차, 스마트시티 사업 분야를 거쳐 현재 보안 솔루션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 『사물 인터넷(IoT) 시대의 위협』과 『미래전쟁』 등의 역서를 냈다. http://blog.naver.com/dracon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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