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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있는 그림] 막스 리버만 '뮌헨의 비어가르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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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한여름 더위를 식혀 주는 음료로 생맥주만한 게 있을까. 여름 날 오후 남녀노소 막론하고 밤나무 그늘 아래 탁자에 모여 앉아 지하 탱크에서 금방 뽑아 올린 시원한 생맥주를 즐기고 있다.

나비 넥타이에 에이프런 차림으로 맥주잔을 바삐 나르는 여종업원의 표정이 힘겨워 보인다. 맥주잔엔 파리가 들어가지 않게 손잡이 두껑이 달려 있다. 목이 말라 엄마를 찾은 아이들, 양산을 받쳐든 부인네의 얼굴을 훔쳐보는 옆 테이블 군인의 모습이 보인다.

'독일의 밀레'로 불리는 막스 리버만(1847~1935)은 베를린 태생의 유대계 작가로 농민.노동자 등 서민은 물론 도회 부르주아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그가 뮌헨 중앙역 근처에 있는 아우구스티너 비어가르텐에서 스케치한 '뮌헨의 비어가르텐'은 에두아르 마네의'튈르리 정원의 음악회'(1862)를 떠올리게 한다.

그림 왼쪽에 시가를 피워 문 근엄한 표정의 신사, 딸아이와 소풍 나온 아주머니와 한 테이블에 앉아 있다. 비어가든은 난생 처음 보는 사람과도 스스럼 없이 어깨를 맞대는 바이에른 사람들의 소박한 마음씨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맥주 창고 옆 간이 무대에서 맥줏집 사장이 고용한 브라스 밴드가 폴카와 행진곡을 연주하고 있다.

마이크와 스피커가 없던 시절 여름철 야외음악회는 음량이 큰 브라스밴드의 몫이었다. 음악은 손님들에게 낭만적 분위기와 일체감 형성은 물론 기분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혼자 온 사람들도 음악 덕분에 별로 외롭지 않다. 맥줏집에는 매상(賣上)까지 올려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음악을 듣다 보면 연거푸 잔을 비우게 마련이다.

당시 비어가르텐 음악회에서 요한 슈트라우스.요제프 란너의 왈츠나 알프스 지방의 민요도 단골 레퍼토리였다. 미 해군군악대장 출신의 존 필립 수자(1854~1932)가 제대 후 자신의 밴드를 결성, 유럽 순회공연을 다녔을 때도 비어가르텐이 주무대였다.<끝>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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