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경기 살리려 전통시장 상품권, 연차 소진 모범 보이는 청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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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통시장 활성화와 내수경기 살리기에 나섰다.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복지포인트 잔여분으로 전통시장 상품권을 구매해 명절에 맞춰 쓸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정도 청와대 비서관은 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지난번에 ‘(내수 활성화를 위해)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모범적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말해서 청와대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직급별로 나눠 비서관 이상은 남아 있는 복지포인트 전액을, 행정관 이하 직원은 자발적 참여를 통해 전통시장 상품권의 공동 구매를 진행했다. 이 비서관은 “2주에 걸쳐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구매한 걸 집계하니 청와대 비서실 직원의 (잔여) 복지포인트 1억2500만원 중 44% 정도에 상응하는 5500만원을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구매했다”도 밝혔다. 청와대 경호처 직원까지 포함하면 모두 90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공무원 복지포인트 30%를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지급하겠다”고 했던 공약을 상회하는 수치다. 청와대는 청와대 직원이 먼저 솔선수범을 하면 다른 정부 부처도 동참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이같은 내용을 추석 연휴를 한 달 가까이 남겨둔 시점에서 공개했다고 한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도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우리 농산물을 구매해 가족이나 지인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산 영도에 거주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어머니 강한옥 여사나 강 여사를 모시고 있는 막내 여동생 재실씨 등에게 우리 농산물을 선물하면 가족 간의 정도 나누고 우리 농산물 소비 촉진에 도움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당선 뒤 어머니에게 직접 인사를 하러 지난 5월 22일 첫 휴가를 쓰기도 했다.

청와대는 내수활성화를 위해 직원의 연차 휴가 사용도 적극 권장할 방침이다. 이정도 비서관은 “연차를 활용하지 않으면 연말 성과평가에 반영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이 많아서 연차를 쓰지 못하고 보상금으로 대신 받는 공직 문화를 바꾸겠다는 취지에서다. 청와대는 오전에 일이 많은 만큼 아침 일찍 출근해 어느 정도 일을 마무리하면 오후에 반차 휴가를 내서 일찍 퇴근해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방식도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 비서관은 “(연차 강제 사용의) 부작용도 신중히 체크하고 있다”면서도 “(정부 부처와 사기업 등) 다른 부문에도 모범이 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11일 국무회의에서 “나도 연차 휴가를 모두 활용할 계획”이라며 “장관도 그렇게 하고, 공무원들도 연차 휴가를 다 사용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독려해 달라”고 강조했었다.

청와대는 추석 연휴를 맞아 사회보호계층, 보훈가족, 유공자 등 국가에 기여한 사람을 중심으로 대상자를 선정해 대통령 추석 선물을 발송할 계획이다. 추석 선물은 전국 각지의 햅쌀, 참깨, 잣, 피호두, 흑미 등 5종 세트로 구성됐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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