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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전문가 '6자회담' 릴레이 진단]4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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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부터 베이징에서 시작되는 6자회담은 분명 한국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사안이다.

여러 이유를 떠나서 당장 이번 회담은 한국이 10년만에 사실상 처음으로 한반도의 핵문제와 관련한 논의에 직접 참여하게 됐다는 점은 의미가 깊다.

그러면 현재 미국은 어떤 생각에서 이번 회담을 환영하고 있을까.이유는 두가지다. 첫째는 그동안 1년 가까이 이뤄졌던 미 행정부의 노력,즉 다자간체제를 통해 외교적으로 북핵문제를 풀겠다는 정책이 마침내 빛을 보게 됐다는 측면 때문이다.물론 이같은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북핵위기가 한층 고조됐던 지난해 10월의 시점에서 많은 이들이 비관적 전망을 가졌던 상황을 되돌아 보면,분명 그동안의 정책들은 효과가 있었음이 자명해진다.실제로 이 지역의 국가들은 한미일 대북조정그룹회의(TCOG),에이펙회의(APEC),아세안(ASEAN)등을 통해 북한이 핵개발 야망을 포기하라고 분명하게 요구해왔다.

이는 영향력도 크고 합리적인 목소리다. 이제는 김정일 정권이 일부의 핵프로그램만 폐기하거나 적당히 주고 받는 방법으로 압력을 피하면서 실제로는 핵무기도 능력도 보유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당장 주변국 어디도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환영하는 두번째 이유는 좀 색다른 측면에 있다. 부시행정부내 강경파들은 “이번 회담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모순적인 이유로 이번 회담을 환영하고 있다.이들은 그들의 목표인 강력한 대북 강경책을 통한 정권붕괴는 결국 미국 혼자서는 어렵고 결국 한중일 등 주변국들의 일치된 협력이 있어야 가능하다는점을 잘 알고 있다.즉 강경파들은 이번 베이징 회담이 회담 참여국가들로 하여금 “북한은 역시 핵포기 의사가 없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장이 될 뿐이며, 따라서 향후의 대북 강경책에 대한 명분을 쌓는 좋은 기회라고 보는 것이다.

현재 미 국방부의 강경파들의 국무부의 온건파들 만큼이나 이번 회담을 예의주시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제 공은 북한측에 넘어가 있다. 이번 베이징회담에서 북한이 이를 피하거나 또는 오히려 전형적인 협박전략으로 되받아친다면 이는,더욱 굳건해진 대북 다자체제의 벽에 부딪혀 더욱 강력하게 돌아갈 뿐이다.

이번 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목표는 명확하다.검증가능하고 회복 불가능한 방법으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해체시키는 것이다.북한의 핵무기는 사실 현재의 부시행정부가 아니라 어느 정부라도 용인할 수 없는 부분이며 정파적 목적이 아니라면 워싱턴 벨트웨이 내에서는 누구도 이같은 명제에 토를 달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베이징회담을 통해 미국이 대북(對北)안전보장과 경제적 인센티브를 해줬다고 한 들 이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오히려 위기를 외교적으로 슬기롭게 극복했다고 박수를 받을 일이다.

그리고 북한이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은 베이징 회담에서 당근이 주어지더라도,이것이 미사일수출·마약거래·위조지폐를 통한 자금까지 미국이 용인해주지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북핵해결이후에도 이에 대한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제압력은 계속 될것이다.물론 이를 두고 북한은 이미 충분히 고립됐기에 미국의 헛수고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이는 그렇지 않다.

이는 이는 김정일 정권이 핵개발 의지를 완전히 굽히지 않을 경우,이는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정권을 더욱 위태롭게 할 수 밖에 없다는 메시지로 작용한다. 확산방지안보동맹(PSA)에 따라 빠르면 9월중 한반도 주변 해상에서 벌어질 선박 검색 및 나포 훈련이 대표적이다.

만약 이번 베이징회담에서 북한이 정말 미국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싶다면 이는 핵위협 등 금지선(Red line)을 넘는 방법을 통해서가 아니라 회담에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임할 때, 즉 ‘녹색선’을 넘는 방법으로 가능할 것이다.

예컨대 북한이 당장 ‘핵 모라토리움’을 다시 선언한다면 이는 회담참여국들에 복잡한 문제를 일으킨다.아마도 중국과 한국은 이를 좋은 신호로 여기며 대북 압박정책 대신에 참여·지원정책을 정당화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고,반명에 미국과 일본은 “그것만으로는 핵개발 의사가 가셨다고 보기에 불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집하며 다자체제간에 갈등을 일으킬 것이다.

동떨어진 소재같지만 현재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사찰문제’도 북핵과 관련이 있다. 미국이 주장해온 대량살상무기가 끝까지 발견되지 않을 경우 결국 UN의 사찰이 맞았다는 것을 의미하며,이는 북한에 대해서도 UN 또는 국제사회를 통한 사찰 및 검증방식이 적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 베이징회담에서 북한이 핵사찰 부문에 까지 전향적 자세를 취해 진전을 보인다면 이는 미국내 강경파들에게는 낭패가 된다.이들은 북한정권의 속성과 지형조건 등을 볼 때 애당초 북한에 대한 완전한 핵사찰은 불가능하며,따라서 핵개발 중단→폐기→검증과 같은 협상구도를 불신해왔기 때문이다.

<약력>
-옥스포드대 학·석사
-콜럼비아대 박사
-하버드대·후버연구소 연구원
-포린어페어,워싱턴포스트,뉴욕타임스,파이낸셜타임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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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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