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공무원을 대하는 법…칭찬은 공무원도 춤추게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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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과 배려는 공무원도 춤추게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각 정부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연일 격려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28일 국방부를 향해 “그 많은 돈(국방비)을 갖고 뭘 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며 질타하는 일도 있었지만 대부분 칭찬의 발언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문 대통령은 업무보고 마지막날인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등과 사전 환담을 하던 중 바로 전 ‘다자녀 공무원’과의 오찬에서 “평일에는 밤늦게든지 새벽까지 준비하면 되는데, 국회에서 열리는 월요일 오전 회의자료를 준비하러 일요일에 일하러 나오는 건 정말 힘들다”고 들은 얘기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뒤 “우리도 요즘 월요일에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아침에 하지 않고 오후에 한다”며 “그거는 조금만 그거(배려)해도 많이 나을텐데요”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매주 두 차례 정기적으로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도 월요일은 오후, 목요일은 오전으로 시간을 달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해양수산부-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자리에 앉아 웃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해양수산부-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자리에 앉아 웃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지난 30일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거론하며 “상식과 원칙에 어긋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분명히 ‘노(no)’라고 할 수 있는 깨어있는 공직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에게는 “힘 없는 부처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부처”라고 했고, “농식품부는 우리 농업과 농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고도 했다.

앞서 지난 22일 첫 업무보고 때는 “공직자 여러분의 헌신이 대한민국을 여기까지 올려놓은 밑거름이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공무원을 바라보는 대통령의 오래된 생각”이라며 “당연한 격려일 수도 있지만 ‘공직자는 국민을 위한 봉사자이지 정권에 충성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공직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러한 격려가 전임 정부의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근혜 청와대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를 겪은 뒤 관료 조직과 대립적인 관계에 놓인 경우가 많았다.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척결하겠다며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 규정 등을 강화했고,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만들어 규제했다. 특히,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면서는 정권과 공무원이 사실상 대립하는 구도가 짜여졌다. 당시 여권 내부에선 “뭘 하려고 해도 손발이 움직이지 않는다. 거의 태업 수준”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그런 분위기는 중앙부처 공무원이 집중된 세종시의 투표 결과로 이어졌다. 2012년 대선 때만 해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종시에서 51.91%를 얻어 47.58%였던 문재인 당시 후보를 이겼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2014년 세종시장, 2016년 총선에선 모두 지금의 더불어민주당 계열이 모두 승리했다. 특히, 지난 대선 때는 문 대통령이 세종시에서 전국 평균(41.08%)보다 10%포인트 높은 51.08%를 득표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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