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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 31 인도는 요지경~ 콜카타 갔더니

중앙일보

입력

인도 3대 도시 콜카타. 2017년 현재도 인력거꾼이 도심을 활보한다.

인도 3대 도시 콜카타. 2017년 현재도 인력거꾼이 도심을 활보한다.

태국 여행을 마치고 인도에 갔어요. 첫 번째 여행지는 콜카타(캘커타)예요. 우리 부부는 오랜 기간 콜카타 여행을 계획했어요. 연애 시절 '오래된 인력거’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함께 본 뒤부터요. 콜카타 인력거꾼의 삶을 그린 영화를 보고 나서 “언젠가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저 도시로 둘이 꼭 가보자”고 누누이 얘기했어요. 2017년 현재도 여전히 맨발로 거리를 뛰어다니는 인력거꾼은 콜카타 시민의 중요 교통수단이에요. 콜카타가 인도 3대 대도시 중 하나인데도 말이죠.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콜카타 공항에 내린 시간은 애매한 오전 2시, 출국심사대를 통과하고 나니 오전 3시였어요. 택시 사기를 당하기 쉽고 치안도 좋지 않아서, 결국 공항에서 아침까지 머물기로 했어요. 다행히 콜카타 공항은 새로 지어졌는지 깨끗하고 안전해서 몇 시간쯤 노숙하기엔 나쁘지 않았어요. 명당자리에는 일찍이 자리 잡은 여행자들이 숙면하고 있고, 밤늦게 도착한 우리는 구석 의자에 기대 쪽잠을 잤어요.

콜카타 국제공항.

콜카타 국제공항.

오전 7시에 한껏 피곤한 몸을 이끌고 공항 밖으로 나왔어요. 마침 우리의 목적지이자 콜카타 여행자 거리인 서더스트리트(Sudder Street)로 가는 버스가 오전 8시에 있다고 해서 택시보다 저렴한 버스를 타고 시내로 향하기로 했어요. 요금은 50루피(약 900원). 공항에서 콜카타 시내까지는 15㎞인데, 교통체증이 없는 시간대라 그런지 30분 만에 콜카타 시내에 도착했어요. 버스 종점에서 내려 5분 정도 걸으니 서더스트리트 간판이 나왔어요. 서더스트리트는 영국 식민지 시절의 중심지로 현재는 콜카타 여행자의 거리에요. 환전소부터 다양한 숙소까지, 콜카타를 여행하는 여행자라면 모로 가도 서더스트리트로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에요.

서더스트리트의 상징인 노란 택시.

서더스트리트의 상징인 노란 택시.

요지경 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하듯, 서더스트리트에 들어서자마자 온갖 풍경을 목격할 수 있었어요. 대도시의 중심지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낡은 건물들, 그리고 개와 함께 덩그러니 누워서 자고 있는 사람들, 심지어 행인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목욕을 즐기고 있는 사람까지! 인도 관광청이 내세우는 표제인 ‘인크레더블 인디아(Incredible India)’가 떠오르는 순간이었어요.

정말 요지경 속 세상 같은 콜카타. 대도심 한복판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 사람까지 있다.

정말 요지경 속 세상 같은 콜카타. 대도심 한복판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 사람까지 있다.

길거리에 늘어져서 낮잠을 자는 사람들.

길거리에 늘어져서 낮잠을 자는 사람들.

중국(?)은 저리가라 할 '인크레더블 인디아'의 면모.

중국(?)은 저리가라 할 '인크레더블 인디아'의 면모.

서더스트리트에 들어와 숙소를 잡으려고 하는데 한 인도인이 말을 걸어왔어요. 숙소 잡는 걸 도와준대요. 예전에 인도 여행하면서 인도인들에게 몇 번 사기를 당해봐서 웬만하면 무시하려고 하는데도 막무가내로 따라와요. 길에서 만난 다른 한국인 여행자가 말하길 무시해도 끝까지 따라 온다고 하네요. 혹시 뭐라도 하나 걸리면 돈을 요구하고요. 이 사람을 따돌리기 위해 아무 숙소나 우선 들어갔어요. 그런데 웬걸! 숙소비가 생각보다 너무 비쌌어요. 에어컨이 있는 2인실은 최소 2000루피(35000원)인데, 그렇다고 시설이 깨끗한 것도 아니에요. 인도 여행이라고 하면 저렴하다고 생각하는데, 콜카타는 해당하지 않는 것 같아요. 나중에 알고 보니 콜카타 숙소는 인도에서 가장 비싼 곳 중 하나였어요. 몇 군데 알아보다가 결국 그나마 저렴한 도미토리 방을 머물기로 했어요. 에어컨 나오는 도미토리 방이 1인당 600루피. 하루 1인 만원 정도인데, 에어컨만 있을 뿐 냄새도 퀴퀴하고 화장실도 청결하지 않아서, 이 가격이면 한국의 찜질방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국 식민지풍 건축물이 즐비한 서더스트리트.

영국 식민지풍 건축물이 즐비한 서더스트리트.

그나마 다행인 점은 숙박비 외에는 서더스트리트의 물가가 정말 저렴하다는 거예요. 가장 기본 메뉴인 짜파티(인도식 팬케이크)와 달(기본 콩카레)을 시키면 우리돈 400원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니 놀랍죠! 서더스트리트의 옆 골목 하트포드레인(Hartford Lane)은 여행자 사이에서 일명 ‘샌드위치 골목’으로 불려요. 아침이면 현지인들이 골목에 죽 앉아서 밀크티(짜이)를 마시고 있는 게 인상적이에요. 우리도 그 사이에 앉아서 짜이 한잔과 샌드위치를 주문했어요. 현지인 틈바구니에 있으니 인도에 왔다는 사실이 실감됐어요.

인도 주식 짜파티. 인도식 팬케이크다.

인도 주식 짜파티. 인도식 팬케이크다.

샌드위치 골목에서 현지식 점심을 맛볼 수 있다.

샌드위치 골목에서 현지식 점심을 맛볼 수 있다.

서더스트리트의 샌드위치 가게.

서더스트리트의 샌드위치 가게.

1000만 명 이상이 사는 대도시 콜카타에는 교통수단이 많은데, 그중 가장 특별한 교통수단은 노면전차(트램)와 인력거에요. 크나큰 인도 대륙에서 트램을 운영하는 도시는 콜카타가 유일해요. 이 특별한 교통수단을 타기 위해 서더스트리트에서 10분 정도를 걸어 트램 정거장에 도착했어요. 노선 정보도 없고 시간표도 없어서 그냥 아무 트램이나 잡아타고 트램 여행을 시작했어요. 트램 승차 가격은 5루피(약 90원). 버스가 아닌 다른 교통수단으로 도심을 달리는 기분이 새로웠어요. 이름 모를 곳에 내려서 아무 버스나 타고 다시 도심으로 돌아왔어요.

콜카타를 누비는 트램 내부.

콜카타를 누비는 트램 내부.

창문이 열리는 콜카타 트램에서 찍을 수 있는 인증샷.

창문이 열리는 콜카타 트램에서 찍을 수 있는 인증샷.

콜카타의 두 번째 특별한 교통수단은 인력거에요. 인도 정부가 인권의 문제로 콜카타 시내의 인력거를 금지시켰는데도 여전히 많은 인력거꾼이 맨발로 콜카타 시내를 누비고 있어요. 서더스트리트에 정차되어 있는 인력거가 있어서, 사진도 찍을 겸 한번 올라타 보았는데 갑자기 숙소 잡을 때 따라오던 바로 그 현지인이 나타나 인력거를 끌기 시작했어요. 그러고는 눈빛을 바꾸며 100루피를 요구했어요. 100루피라고 하면 한국돈으로 1800원 정도로 큰돈은 아니지만, 사기 당한 기분이라 50루피만 줬어요. 그랬더니 나머지 돈을 내놓으라며 공격적으로 나오는 거예요. 무서워서 숙소로 피신했어요. 서더스트리트에서는 이 호객꾼들을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러나 저러나 콜카타는 강한 인상이 남는 여행지였어요. 다음에는 콜카타에서 델리로 향하는 야간기차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인도의 대도시 콜카타시 전경.

인도의 대도시 콜카타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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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양보라 기자

식민지풍 건물 사이로 인력거 #400원으로 한끼 해결 #길에서 목욕하는 사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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